박영준 前 지식경제부 제2차관, 최시중 前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MB의 심복이자 멘토였던 이들은 최근 나란히 구속 수감됐다. ‘명박산성’이 무너졌다. 민주, 보수 정권 공히 정권말기만 되면 친인척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진다. 정권 창출에 힘을 쏟은 ‘개국공신’들 일수록 말로는 비참하다. ‘권력무상’이건만 그래도 여의도에서는 정권 창출을 위해 ‘개국공신’들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국민들은 이들의 비리가 개인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권차원에서 진행된 비리라고 여긴다. 비리의 끝이 ‘최고위층’이라고 굳게 믿는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각종 청문회 참석은 기본이고 구속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또 어김없이 국민들의 입에서 나온다. 비극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른바 ‘백양사 승려 도박사건’이 교계 담장을 넘어 온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방장 스님 49재 전날 특급 호텔에서 술 마시고, 담배피고, 도박판을 벌이고…, 출가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다고 온 사방에서 비판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계언론들이 도박사건 보도와 관련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조계종 총무원은 5월 10일 지상파 언론들이 사건을 다루기 시작하자 총무원 부실장들이 일괄사표를 내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총무원 측은 사태확산에도 불구하고 입장문 발표나 기자회견 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 세간에 넘쳐나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총무원 측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지만 결국 총무원은 실부장 스님들의 일괄 사표 제출 밖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총무원은 이번 상황에 대해 ‘침묵’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 같다. 이른바 ‘묵빈대처’법이다. 아마도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번 사건은 도박판을 벌인 스님들과 함께 현장을 몰래 촬영한 측, 그리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스님까지 모두 주연으로 등장했다. 조계종단의 치부가 착착 쌓여 사회에 여과 없이 드러났다. 조계종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인사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하지 않으면 모든 조계종단 스님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도박판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집단으로 매도 당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모두 말로는 종단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자신의 생존권과 이해관계에 따라 종단의 치부가 사회에 폭로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도 ‘폭로 카드’는 어디에선가 준비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카드는 종단 최고위층을 향할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땅에 부처님 오심을 찬탄해도 부족할 마당에 터진 ‘도박사건’에 총무원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참회와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입만 떼면 주문처럼 외우던 ‘자성과 쇄신’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도박 사건에 연루된 인사 중에는 버리기에 아까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깝다고 숨기려한다면 종단의 미래도, 제대로 된 인사도 등용할 수 없을 것이다. MB의 충복, 멘토도 다 그렇게 갔다. 침묵이 아니라 총무원의 종단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