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법사 수행기 Ⅲ] 4- 수행기⓹ 삼파자나(분명한 앎)
“이제라도 관념 놀음에서 벗어나 올바른 가르침 실천을”
목 차
一. 머릿글
二. 미얀마의 변화
1. 정치/ 2. 경제/ 3. 문화/ 4. 교통/ 5. 통신/ 6. 기타
三. 수행기
1. 미하시 선원의 변화/ 2. 수행시간표/ 3. 수행/ 4. 와선/ 5. 삼파자나/ 6. 4여의족/ 7. 붓다의 무릎에 앉아/ 8. 수행소고 (가. 마하시의 분원/ 나. 탁발 기행/ 다. 선지식 친견 / 라. 큰스님의 열반)
四. 맺는 글
5. 삼파자나(sampajanna-분명한 앎)에 관하여
(이 부분은) 본 수행기에서 조금은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수행의 맥입니다.
마조 도일선사에게 어느 제자가 묻습니다. “도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도(道)란 깨달음을 얘기한 것인데 선사님의 답은 간결합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고 평상의 마음이 바로 도라는 뜻입니다.
대승에서 공부할 때 이 경구를 가르치신 분께 물었지요. “평상심이 어떤 마음이냐?”구요, 답은 의외였습니다. “아무나의 마음이 아니고 초지보살의 마음부터 평상심이라 한다.”였습니다. 초지보살부터 10지보살의 과위에 대하여 배웠지만, 그 경지를 듣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요, 더욱이 그런 마음을 터득했다는 이도 보지 못한 터라 혼란스럽기만 한 답변이라 “그저 그러려니”하고 지나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테라와다 공부를 하면서 삼파자나를 배우고 익혀가면서 “아! 이 마음이 평상심이구나”함을 알아냈습니다.
본인은 이후 삼파자나를 설명할 때-특히 대승권 불자님들께 즐거이 마조 도일선사의 평상심시도를 들어 가볍게 설명해 갑니다. 바로 “일상의 알아차리는 마음”이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금 오버된 해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행의 테크닉을 1.좌선 2.경행 3.와선 4.일상의 알아차림이라는 네 방법으로 분류하여 설파해 갑니다.
이와 같은 분류는 본인의 창안이 아니고 10여 년 전 테라와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배운 것을 정리했을 뿐입니다. 아주 간결하고 합리적인 분류라고 자부함은 이 삼파자나에서 밝혀집니다.
위 분류의 좌선, 경행, 와선은 분명한 대상을 선정하여 끊임없이 집중하여 사띠(sati, 알아차림)함을 목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위 수행을 마무리할 때는 초짜나 중등부까지도 경쾌한 해방감에 만세를 외치며 순간부터 대상도 사띠(sati)도 버린 채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른 채 막행막식의 옛 습관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이제 생각하면 “참 수행자의 모습이 아니었구나”하며 쓴웃음이 도는 것이지요.
좌선, 경행으로 얻어지는 공덕, 사마디(sammadhi, 삼매)를 지니고 그대로 일상에 들어가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림 하는 것, 따라서 이 수행방법의 정점은 “일상의 알아차림”이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교리상의 내용을 보면 더욱 뚜렷해집니다. 개인적인 행위의 빠뜨리지 않는 완전한 알아차림 또한 명백한 이해를 가지고 육체적인 것, 정신적인 것을 알아차림 하는 것을 삼파자나(sampajanna, 분명한 앎)라고 합니다. 4념처경의 핵심은 사띠(sati)입니다. 거기에서는 4가지 부분과 4가지 특성, 그리고 제거하는 방법도 4가지로 설명합니다.
한국테라와다 경주 마하보디선원에 붙어 있는 표식.
알아차림의 네 가지 부분은,
(1)육체적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pali어의 원문은 Kaya nupassana satipathana이며
(2)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pali어의 원문은 Vedana nupassana satipathana이고
(3)마음에 대한 알아차림이며 pali어의 원문은 Citta nupassana satipathana이며
(4)마음의 대상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pali어의 원문은 Dhamma nupassana satipathana입니다.
한문의 번역대로 심, 수, 심, 법의 4념처입니다.
위 네 가지를 알아차릴 때 4가지 특성은
(1)무상(無常)으로 항상하지 않은 특성으로; Anicca
(2)고(苦)로 보아 불만족, 고통스러운 특성으로; Dukkha
(3)무아(無我)로 자아(自我)없음, 통제할 수 없음; Anatta
(4)혐오성(嫌惡性)으로 싫어하는 특성; Asubha입니다.
이것을 제거하는 네 가지 방법은
(1)무상의 특성을 보아 영원함, 항상함을 제거
(2)불만족(苦)의 특성으로 즐거움(감각적 쾌락)들을 제거,
(3)무아의 특성으로 자아 등 진아(眞我)를 제거,
(4)혐오성의 특성을 보아 쾌락에 대한 집착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네 가지 알아차림, 네 가지 특징, 네 가지 제거를 기본골격으로 하여 삼파자나가 시행됩니다.
자세한 붓다의 가르침으로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몸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1)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수식관)
(2)몸의 상태; 서있음, 걸음, 앉음, 누움(행,주,좌,와)
(3)분명한 앎으로 육체적 현상의 알아차림(삼파자나 빱바)
※마하시 수행은 위의 (2)와 (3)에 근거하고 있음
(4)몸의 32가지 부분을 알아차림(마나시까라 빱바)
(5)지수화풍(地水火風) 4대를 알아차림(마하풋다)
(6)부정관으로 부르는 시체에 대한 알아차림(10가지 부정관)
등등으로 14개장이 있습니다만 이 글은 삼파자나 빱바(분명한 앎)라 부르는 (3)의 장에 관한 것만 상세히 밝혀 앞의 말씀들을 증명해 나갈 것입니다.
몸의 네 가지 자세, 행, 주, 좌, 와에 관한 알아차림뿐만 아니라 가고 올 때 앞과 뒤를 볼 때, 몸을 구부리고 뻗을 때, 먹고 마시고 씹고 넘기고 맛보고 대소변을 볼 때,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 말할 때와 침묵할 때 분명하게 의식하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가히 “일상의 알아차림”입니다. 거기에 따르는 마음이 평상심(平常心)이죠? 그걸 보는데서 도(道, 깨달음)는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즐겨 쓰는 “생활 속의 명상”입니다.
붓다께서 이러한 몸의 움직임을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지도 상세히 설명하십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갈 때 수행자는 “분명한 앎”-알아차림을 가지고 행위를 해야 함을 누누이 말씀하시고 알아차림이 없는 앞뒤로의 움직임은 수행자의 행위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수행자는 앞으로 가건 뒤로 가건 분명하게 의식하면서 자신이 하는 동작을 알아차림 하라고 이르시는데 일반적으로 수행자들은 앞으로 움직이는 것만을 알아차림 합니다. 뒤로 움직이는 것은 무시하거나 사띠(sati)를 접목하질 않습니다.
따라서 앞, 뒤, 옆으로의 움직임을 “앞으로 움직임”, “뒤로 움직임”, “옆 걸음으로 움직임”하고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볼 때도 마찬가지로 몸을 숙이거나 펼 때 “숙임”, “폄”을 알아차리고 기타 음식을 먹을 때나 일상생활에서도 손을 구부리는 동작 등도 모두 명칭을 붙이며 알아차림 해야 합니다.
심지어 대소변을 볼 때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양치질, 몸에 비누칠, 물 뿌리는 동작과 감촉까지도 모두 상세하게 알아차림하고 아침에 얼굴을 씻고 수건으로 닦는 등 세부적인 동작들, 깨어나고 앉고 서고 걷고 멈추는 등의 동작들, 잠잘 때도 늘상 하듯이 바로 침대에 들어가 잠들지 말고 모든 동작을 세분하여 하나씩 알아차림하며 드러누움을 알고 눈을 감고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알아차림하며 잠들어야 합니다.
잠들어 꿈까지도 알아차림 할 수 있는가? 그건 의식의 활동이 중지된 상태라서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꿈도 없는 숙면을 하게 됩니다. 일상에 알아차릴 행위가 또 있습니까? 깨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드리는 까닭은 한시도 알아차림을 놓쳐선 안 됨을 거듭거듭 강조하신 것입니다.
바로 생활선(生活禪)의 구체적 실상과 sati하는 방법을 제시하신 겁니다. 이와 같이 알아차림 하여 알아차림이 예리해지면 수행자는 혼침이나 잠에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하였습니다만 잠든 사이엔 알아차림의 의식의 기능이 없기 때문에 알아차림을 할 필요는 없으며 할 수도 없습니다. 위와 같이 썼으나 경전에서의 말씀을 누누이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4가지의 분명한 앎이 있습니다.
(1)목적을 평가하는 분명한 앎: 이익이 있나 해로운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2)비록 어떠한 일이 옳거나 이익이 되더라도 그 일의 적합성을 고려해야 하고
(3)영역에 관한 분명한 앎: 영역을 떠나서는 모든 존재들은 존재 가치를 잃습니다.
(4)무명 없는 분명한 앎: 여기에서 수행자는 미혹됨이 없는 지각 있는 행위로 진리를 알아가며 정신적 육체적 현상을 알아차림 할 때 물질(몸)과 정신(마음)을 알게 됩니다. 몸의 행위의 원인과 결과까지 알게 됩니다.
※그 후에 수행자가 현상들의 해체와 소멸을 보게 됩니다.
그때 수행자들은 정신과 육체적 현상들이 무상함을 알며 수행자의 진도에 따라 이와 같이 무상, 고, 무아의 법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실제적인 통찰지혜는 알아차림 수행을 통해서 얻어지며 부지런한 수행으로 위 네 가지 삼파자나를 실천하면 도와 과의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수행자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받들어 익혀 그에 따라 네 가지 삼파자나를 성취하기 위하여 당연한 순서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모든 고통이 소멸하는 지복으로 충만한 니빠나(열반)를 경험하시기를!
지금까지의 세세한 가르침을 살펴볼 때 “분명한 앎”은 바로 우리들 일상의 일들이며 그것은 바로 “생활 속의 명상”-수행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오묘하다거나 신비에 휩싸인 일이 아닙니다. 수행자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의 가르침입니다. 오로지 “지금, 여기”, 나의 “몸과 마음”을 살펴 알아차림 하는 사실적이며 리얼한 진리를 붓다께선 가르치셨습니다.
지금 서구의 신의 사상을 뒤흔든 “Here&Now"의 Fact와 Real만 있습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사고와 분석력을 가진 서구인과 동양의 식자들이 이 가르침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파자나의 수행은 수행자에 있어서 아니 범부들이라도 그 중요성과 공덕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항상 깨어있음으로 혼미 속에서 빚어지는 실수와 불선행을 않게 되며 탐, 진, 치를 여의어감에 건강한 몸과 마음상태로 우뻬카(upekkha, 평정 또는 균형)를 유지시키는 처방인 것입니다.
4념처경의 제일 끝부분의 부처님의 수기대로 “이 수행은 7년, 아니다 6년, …7일간만 해도 앉은 자리에서 최고의 지혜를 얻거나-아라한, 세상에 대한 집착이 조금 남아 있다면 돌아오지 않는 님-아나가미-의 과위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을까…. 그래서 좌선, 경행 등의 스트레칭(?)으로 삼파자나가 잘 이루어진 분은 좌선이나 경행에 매달릴(?) 일이 없으리라…. 명상도 경행도 깃들어진 바른 수행자의 생활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전래의 불교가 부르짖고 있는 “실천불교”나 “생활불교”의 궁극은 붓다의 가르침에 철저하게 의거한다면 바로 이 삼파자나의 실천입니다. 본인도 삼파자나를 배웠던 몇 년 전에 큰 서원을 세우고 그 실천을 심도 있게 시행해 보고 지금도 그 타력으로 일상의 알아차림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고 있습니다.
기왕의 명상과 경행은 대상을 선정하여 알아차림의 지속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와 같은 수행의 시간이 끝나도 모종의 해방감 속에서 자유분방하던 버릇이 많이도 사라졌습니다.
그 시작은 1시간의 삼파자나 성공, 2시간, 3시간…, 10시간 이상으로 늘려가면서 노력해야 됩니다. 특히 오후쯤에는 망상으로 놓치는 횟수가 많게 되나 결코 포기하거나 dosa(성냄, 짜증)를 버리며 꾸준히 노력해야 됩니다. 그 노력을 “정진(viriya)”이라 합니다.
하다보면 알아차림을 놓친 횟수가 자꾸 줄어들고 그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곳 수행처에서 인터뷰 시간에 집요하리만치 물어가는 과정에서 순수 위빠사나의 틀과 맥이 잡히자 인터뷰를 맡으신 사야도께서 세 번씩이나 삼파자나의 실천을 권하셨습니다.
다시 여기서 마조 도일선사의 “평상심시도”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씀이 “일상의 알아차림”과 동의어임을 설명 드렸으니 그 맥이 같음을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여기에 간과되어진 것이 있죠? “평상심”에는 사띠(sati)라는, 알아차림이라는 테크닉이 빠져있다는 사실을….
한자문화권의 표현의 한계일까요? 아니면 조사선의 간결성을 내세우다보니 “알아차림”이라는 싱거운(?) 말을 무시한 것일까요? 그도 아니면 대승 가르침의 특징처럼 “What”만 제시했지 “How to"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뜻일까요?
학자들 견해로 대승 가르침에서 “알아차림”을 염(念)으로 표기하며 이 핵심 알갱이는 사라져 버리고 현란하게시리 관(觀)이니 조(照)니 나아가 관조니 관찰이니 통찰 등으로 확대 포장되어 극히 관념적인 놀음으로 말았지 않았나 하는 견해를 본인은 갖게 되었습니다.
시대적 상황 속에 그렇게 전해지고 배워 알아 온 모든 교리나 수행법이 이젠 조건의 성숙으로 여과 없이 붓다의 원음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는 지금! 우리 불자님들은 방일하지 말고, 여기저기 기웃거림 없이 올바른 가르침에 의해 방향을 잡고 괴로움을 종식시키고 윤회를 끝내는 이 일을 수염에 붙은 불을 끄듯 혹은 몸에 맞은 독화살을 속히 빼버리고 치료받듯이 지체함이 없이 시행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