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치는 부처님 말씀4.
정찬주

(삽화=정윤경 작가)
깨어 있는 이에게 자신을 맡기라
큰 두려움에 처해 있을 때
자신을 힘 있는 이에게 맡기는 것처럼
자신을 정신이 깨어 있는 이에게 맡김으로써
비록 큰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즉시 자유로워지리라.
-중아함경
사족; ‘힘 있는 이’라면 유력자를 말하고, ‘정신이 깨어 있는 이’라면 깨달은 수행자를 뜻할 것이다. 유력자는 두려움이나 곤경에 처했을 때 잠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깨달은 수행자를 만나면 그런 도움을 뛰어넘어 업이 씻어지고 마음에 걸림이 없어진다는 뜻이리라.
자유란 걸림이 없다는 뜻이 아닐 것인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달라지는 것이고, 그것은 자명한 사실일 터이다. 무엇보다 스승을 잘 만나야 하고,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또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잘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 부탄에 갔을 때 국민 모두가 스님을 한 분씩 스승으로 삼아 살아가는 전통을 본 일이 있는데,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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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마음은 허공 같건만
허공이 차별 없이
모든 곳에 닿아 있듯
본래 순수한 마음은
만상에 두루 존재한다.
-청정도론
사족; 달마대사는 <혈맥론>에서 ‘마음이 크기로 하면 허공과 같고, 좁기로 하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나 같은 사람의 경우 본래 마음이 분별과 망상으로 오염되어 있으므로 얼룩진 만큼 옹졸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새들이 훨훨 오가는 허공 같은 본래 마음을 잃고 손바닥만 한 좁은 마음으로 허둥대며 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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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은 겨처럼 까불어 날리면서
남의 허물은 보기 쉬워도
자기 허물은 보기 어렵다.
남의 허물은 겨처럼 까불어 날리면서
자기 허물은 투전꾼이 나쁜 패를 감추듯 한다.
-법구경
사족; 초등학교 때 잠깐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 이웃집 아저씨가 목사였기 때문이다. 그때 귀에 익었던 <마태복음> 구절인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예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위의 부처님 가르침과 맥락이 같지 아니한가.
부처님 당시에도 요즘처럼 세상인심이 고약했나 보다. 자기 허물은 깊숙이 감추고, 남의 허물을 산지사방으로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며 “남의 허물은 겨처럼 까불어 날리면서”라고 지적하시고 있다. 부처님이 계실 때도 승속을 불문하고 이중적인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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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은 쇠에서 나서 쇠를 먹는다
쇠에서 생긴 녹이
쇠에서 나서 쇠를 먹어 들어가듯
방종한 자는 자기 행위 때문에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간다.
- 법구경
사족; 지난 내 삶을 돌아보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 해인사 백련암 성철스님이 자주 말씀하셨던 자작자수(自作自受)가 그것이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해인사 원당암 혜암스님은 “인과는 역연(歷然)하다.”라고 법문 때마다 항상 말씀하셨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라는 뜻이다. ‘방종한 자는 자기 행위 때문에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간다’라는 부처님의 훈계 역시 악인악과를 지적하시는 말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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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하늘과 지옥을 만든다
사람이 바른 마음을 쓸 줄 알면
신들도 기뻐할 것이다.
마음을 조복 받아 부드럽고 순하게 가지라.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며
귀신이나 축생 또는 지옥도 만든다.
그러니 마음을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돼라.
-장아함경
사족; <화엄경>의 부처님 말씀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와 신득급(信得及)이다. 일체유심조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뜻이고, 신득급은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부처님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니 마음을 생각 없이 따르지 말고, 중도적인 자기 의지로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디까지나 부처님은 주체적인 자기가 되라고 강조하시고 있는 것이다.
신득급은 내 책에 서명할 때 덕담으로 자주 써주는 구절이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말씀도 자기 주체성을 당부하는 뜻이다. 행운이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닐 터이다. 어디까지나 자기의 신념과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간절하게 기도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말과 통하지 않을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