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은 

서로 아주 먼 거리,

바다의 이쪽저쪽 언덕도

먼 거리. 

태양이 떠오르는 곳과 지는 곳 또한

멀리 떨어져 있네.

그러나 

이들보다 더욱더 먼 거리는 

바른 법과 바르지 않은 법 사이! 

현자와의 사귐은

쇠퇴하지 않고

머무는 동안 내내

그 본성을 버리지 않지만,

우매한 자들과 함께 하는 건 

즉시 깨져버리니, 

바른 법의 원리와 바르지 않은 법의 원리는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네.

(ⓒ장명확) 

어떤 원리나 모양, 대상 등이 아주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상태를 표현할 때 보통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한다. 하늘[天]과 땅[壤]은 본래부터 위치나 성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큰 차이’를 상징한다. 천양지차는 ‘천고지하 양절기간(天高地下 壤絶其間)’에서 온 말이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 그 사이에는 절대적인 간극이 있다는 뜻인데, 인간과 신, 군자와 소인, 명예와 욕심, 지혜와 무지 등과 같이 서로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들을 비교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급이 다른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 운니지차(雲泥之差), 소양지차(霄壤之差), 천양지격(天壤之隔) 등이 있다. 

선어록에도 그 거리와 간격이 멀어진 것에 대한 유명한 가르침이 있다. 중국선종의 제3조 승찬(僧璨)이 지은 <신심명(信心銘)>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至道無難 唯嬚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毫釐有差 天地懸隔 欲得現前 莫存順逆 違順相爭 是爲心病 不識玄旨 徒勞念靜’이 그것이다. 풀이하면,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네. 오직 이리저리 꺼릴 뿐. 밉다 사랑한다 차별하는 마음만 없으면 막힘없이 훤히 드러나네. 털끝만치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만큼 멀어지나니 진리를 보고자 한다면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 어긋남과 다름의 다툼이 바로 마음의 병인데, 현묘한 뜻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려 하는가.”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 가르침인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은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처럼 멀어진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신심명>의 제 1,2구인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에 이어지는 것으로, ‘가리고 선택함이 없는 마음이나, 싫어하거나 좋아하지만 않으면, 막힘없이 밝고 분명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 차별이 하늘과 땅의 간격으로 벌어진다.’는 가르침이다.

<신심명>의 처음 세 구절을 종합해 풀이하면, 택하고 버리는 마음이나,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자기 욕심에서 일어나는 마음이며, 욕심은 구하는 마음이 심해지면서 일어나는 마음이다. 승찬대사는 이러한 악순환의 발단은 간택하는 분별심과 증애(憎愛)의 분별심에서 일어나는 법이니 오직 간택하는 마음을 싫어하면 지극한 도에 무난히 이를 수 있고, 증애하는 마음이 없으면 지도하는 길이 통연하고 명백해진다고 한 것이다. 

시작할 때의 미세한 차이가 결국 하늘과 땅만큼 커지는 것처럼, 올바른 견해와 삿된 견해가 만들어내는 차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팔정도의 시작이 올바른 견해, 즉 정견(正見)으로 정해졌을 것이다. 정견, 즉 올바르게 출발한 수행은 열반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지만, 사견으로 출발한 그것은 파멸의 구렁텅이로 이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4:47 아주 먼 원거리의 경(Suvidūravidūrasutta)에 등장한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향해 네 가지의 서로 아주 먼 거리에 대해 설법을 하셨는데, 그 내용이 매우 시적이다.  

경의 내용을 요약하면 ‘네 가지 원거리가 있다. 무엇이 넷인가? 하늘과 땅이 첫 번째 서로 먼 것이다. 바다의 이쪽 해변과 저쪽 해변이 두 번째 서로 먼 것이다. 빛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곳과 지는 곳이 세 번째로 먼 것이다. 바른 법과 바르지 않은 법이 네 번째 서로 먼 것이다.’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설법을 마친 후 그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정리해 읊으신 것이다. 

- 시구 ‘바른 법의 원리’는 서른일곱 가지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수행법, 즉 삼십칠조도품을 말한다. 삼십칠조도품은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 오력, 칠각지를 말한다. 또는 팔정도도 열반으로 이끄는 수행법이므로 바른 법의 원리라고 할 수 있겠다. 

- 시구 ‘바르지 않은 법의 원리’는 62가지의 삿된 견해를 말한다. 육십이견(六十二見)은 불교에서 말하는 삿된 견해를 총칭하는 용어로 부처님 당시 다양한 철학 및 종교 사상들을 분류한 것으로, 바른 가르침에서 벗어난 삿된 견해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사후 지각론(사후에 인식이 있다는 견해) 16가지, 사후 무지각론(사후에 인식이 없다는 견해) 8가지, 사후 비상비비상론(사후 지각이 있지도 없지도 않다는 견해) 8가지, 단멸론(허무주의, 죽으면 끝이라는 견해) 7가지, 현세열반론(현세의 복락의 성취가 닙바나라는 견해) 5가지 등 미래(사후)에 관련된 견해 44가지가 있다. 이어 과거와 관련된 사견 18가지가 있는데, 영원주의(상견, 한정된 전생경험 및 잘못된 추론) 4가지, 일부 영원·비영원론(한생만의 전생경험과 잘못된 추론) 4가지, 유한·무한론(삼매의 표상의 한계, 잘못된 추론) 4가지, 회의론(진리의 무지로 생긴 두려움과 어리석음) 4가지, 우연론(지각이 없던 전생을 기억 못 함, 잘못된 추론) 2가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