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들어서는 길목에 들어서면 절벽 아래로 태종대의 모습이 보인다. 코발트 빛 바다와 어우러진 태종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정초 시간을 내어 부산 태종대를 찾았다. 태종대는 입구부터 남국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초록색 가득한 가로수가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산이 남쪽에 위치한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둥글둥글 예쁘게 잘 다듬어진 아왜나무가 가지런히 늘어선 입구부터 기분이 산뜻해지기 시작한다. 그건 아마 초록이 주는 느낌 때문이리라. 이름도 재미있는 아왜나무. 외우기 쉬워서 좋다. 누군가 “너, 지금 뭐해?”하고 물을 때 “아! 왜?”하고 짜증을 낼 때 쓰는 말이 아닌가.

태종대 표지석. 우악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 글씨체는 볼수록 정감이 간다.
 

태종대 입구에 늘어선 아왜나무의 모습. 재미난 이름인데, 제주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이 나무로 인해 이곳이 한반도의 남단에 위치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아왜나무는 인동과의 식물로 주로 정원수로 많이 활용되는데 잎이 두꺼워 불에 잘 타지 않아서 생울타리용으로, 또 방화수용으로 인기가 있는 수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많이 자란다.

태종대 공원은 태종사로 해서 등대전망대와 자살바위전망대 그리고 태원자갈마당으로해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 산책로는 관람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 볼 수도 있고 그냥 산책을 겸해서 천천히 걸어서 돌아 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식 관람열차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이곳저곳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돌아보는 것이 좋다.

태종대를 한바퀴 돌며 관광할 수 있는 관광열차 다누비. 그러나 걷기에 불편하지 않으면 걸으면서 감상하는 편이 좋다. 


파라칸사스로 불리는 파라칸타의 붉은 열매. 얼핏보면 붉은 꽃무리처럼 보인다. 

순환도로를 따라 걸어 오르면 서울 남산순환도로를 걸어 오를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도로도 그렇고 산세도 그렇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 태종대공원은 겨울인데도 초록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길가로는 한창 푸르른 아왜나무와 돈나무. 그리고 파라칸사스로도 불리는 피라칸타는 붉은 열매가 가득 열려 마치 붉은 꽃무리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애기동백이 간간히 선홍빛 꽃을 피워낸 모습도 좋은 볼거리다.

태종대에는 태종사라는 이름의 절이 있다. 이 절에 모셔진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불상의 모습.
 
스리랑카에서 직접 조성한 이국적인 불상이 모셔져 있는 절, 태종사로 들어선다. 이 불상은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 자국의 송출인력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이곳 태종사 진용 스님과 합심하여 2006년 12월에 이곳의 불전에 모신 것이라고 한다. 이 절에는 영공도성이라는 법명의 큰스님이 주석하고 계신데, 남방불교의 법맥을 이은 분으로 이름이 높다. 스리랑카의 불상을 이 절에 모신 것도 영공도성 스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남방 양식의 불상의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낯설다. 그러나 무슨 문제랴.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3배를 올리고 태종사를 빠져나왔다. 매점이 있는 고개를 넘으니 서서히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을 한다. 장관이다.

태종대가 있는 등대전망대.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전망대이자 추모지인 '해기사 명예의 전당'이다.


'해기사 명예의 전당' 전망대를 돌아들면 다시 전망대가 나타난다. 바다헌장이 있는 전망대로 그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바다의 풍광이 빼어난 곳이기도 하다.


태종대 등대에서 바라본 절경. 해식애와 푸른 바다는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숲 사이로 드러난 바다에 하얀 등대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등대전망대가 있는 태종대 등대다. 가파른 계단 길을 걸어 내려간다. 등대전망대로 들어서기 전에 작은 전망대 두 곳을 지나친다. 하나는 ‘해기사 명예의 전당’이 있는 전망대고 그 다음 하나는 ‘바다헌장’이 있는 전망대다. 두 곳 전부 시원하게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할 수가 있다.

붉은 원형에 은빛 시계침의 모양을 하고 있는 상징 조형물이 있는 게이트를 지나 하얀 등대로 간다. 등대로 내려가는 길의 난간에서 천 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본다. 발가락이 꼼지락 꼼지락, 간담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기암의 수직절벽 아래는 평평한 바위가 드러나고 다시 그 아래는 시퍼런 바닷물이 달려와 흰 포말을 한 덩어리 뱉어 놓기를 끝없이 반복한다.

'바다가 아름답게 보이는 창 카페' 아래 쪽으로 내려가면 우츠긍로 태종대로 향하는 길이 나타난다.  


드디어 나타나는 태종대의 기암괴석들. 자연보다 훌륭한 조각가는 없다는 것을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다.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붉은 조형물.


태종대의 아름다운 기암. 직벽의 높이가 80미터에 이른다.

태종대등대 아래 계단을 내려가자면 아치형 문 두개를 지나치게 된다. 독특하고 이색적인 느낌이다. 그 계단을 다 내려가면 1층은 전시관, 2층은 카페인 유리 건물과 마주친다. 절벽 끝에 선 건물이 도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좌측으로 돌아보니 아름다운 해식애 절벽과 어우러진 바다가 환상적인 풍경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우측 절벽의 턱에 흰 밧줄로 난간이 설치된 절벽길이 드러난다. 태종대 바위로 건너가는 길이다. 난간에 붙어서 머리만 내밀고 봐도 어지럼증이 날 정도로 절벽도 바다도 으스스하다. 그래도 풍광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히다. 절벽 길을 지나 바위 면이 평평한 곳에 다다른다. 이곳이 바로 태종대이다.

이곳 태종대는 신라의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던 곳으로 아마도 건너편 바위 위에 엄지처럼 치솟은 바위가 사후(활을 쏠 때 사각의 과녁) 역할을 해서 태종대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그래서 태종대가 보편적인 이름이 된 것이라고 전한다.
 
태종대 암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층의 모습. 백악기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한다.


등대 아래에서 올려다본 등대의 모습. 거대한 성곽을 연상시킨다.


엄지손가락처럼 솟아오른 바위. 이 바위는 태종무열왕이 활을 쏘았던 표적 바위로 알려져 있고, 망부석이라고도 불린다.

태종대는 신선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곳 경치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신선들이 노닐다가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몰랐다는 전설이 있는가 하면, 선녀들이 이곳에서 아기도 낳았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지는 곳이다.

또, 평평한 바위 위에 엄지손가락처럼 튀어나온 바위는 ‘망부석’으로 불리는데 옛날 왜구에게 끌려 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여인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땅이 보이는 이곳에 서서 기다리다 굳어버려 끝내 돌이 되었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곳 태종대의 절벽의 해식애는 회색과 검붉은 색과 흰색 그리고 암녹색의 단층이 마치 무지개떡을 썰어놓은 것처럼 보여 아름다운데 이는 해안 지형이 융기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후기 백악기의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사암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공룡 발자국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니 태종무열왕이나 망부석에 관한 전설같은 것들은 백만 개도 넘게 남을 만한 연륜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직구조를 하고 있는 해식애가 아름다운 태종대는 2005년 11월 5일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7호로 지정됐다. 모두가 소중히 보전해야할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 국보인 것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자연이 주는 이 소중한 선물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만이 즐기고 감상할 몫이 절대로 아닐 것이다. 자손만대, 후손 길이길이 이어져야 할 소중한 우리의 자연 유산이기에, 정말로 정성을 다해 소중히 잘 지켜가야 하는 곳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