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곳이 곧 정토”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미술학과의 교사 · 강사 및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동인회 ‘사마디(Samadhi)’가 2025년 출범과 함께 첫 전시 〈빛의 자리: 정토〉를 선보인다. 

불기 2569(2025)년 12월 12일(금)부터 12월 21일(일)까지 무우수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불교미술 전공의 저력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하는 사마디회의 창립 취지를 담아, 고승희, 정병국, 최무상, 홍관식, 도일스님, 이서은, 이은정, 구본준, 최윤제, 서지연 등 열 명의 작가가 함께한다.

불교에서 ‘빛(光明)’은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지혜를, ‘정토(淨土)’는 번뇌와 고통이 없는 이상 세계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빛이 머무는 곳이 곧 정토”라는 사유 아래, 각 작가가 전통 불화의 미감과 현대적 해석을 조형적으로 펼쳐낸다.

정병국 <아미타여래도> 80 × 130cm 재료: 한지, 안료, 금분

전통 고려불화의 양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고승희의 〈극락화〉 시리즈는 우아한 필치와 파스텔톤의 색채로 편안한 극락의 정서를 구현한다.

정병국의 〈아미타여래도〉는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통 도상의 안정된 필력을 보여주면서도, 강렬한 진채 대신 부드러운 현대적 색감을 도입해 아미타불의 자비를 한층 온화하게 전한다.

최무상 <대세지보살도>-견본.천연안료.금분.30x40cm

도일스님 <극락구품>　６５ｘ６５ｃｍ　　

최무상은 일본 법도사 소장 고려불화를 기반으로 〈관음·대세지보살도〉를 재현하되, 반신상 구성으로 현대적 초상화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극락세계를 상상으로 확장한 이은정의 〈정토, 그곳으로〉는 단청과 회화적 표현이 공존하는 다층적 공간 연출로 관람자를 ‘피안(彼岸)’의 세계로 이끈다.

도일스님의 〈극락구품〉은 ‘나무아미타불’ 글자를 한지로 엮어 연꽃대좌를 구성함으로써, 염불 수행의 공덕을 상징하는 독창적 형식을 선보인다.

이서은 <보타락가산의 어느 찰나> 38x38,지본채색 2025 

전통 도상의 현대적 재해석도 돋보인다.

홍관식의 〈관세음보살 42수〉는 단청의 조형을 바탕으로 팝아트적 색감과 반복적 패턴을 결합해 무거운 종교적 주제를 일상적이고 경쾌한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이서은의 〈보타락가산의 어느 찰나〉는 관세음보살이 ‘부재’한 풍경을 통해, 고통 속 중생에게 즉시 응하는 관음의 자비를 암시하는 재치 있는 구성을 취한다.

동방 유리광세계의 장엄함을 담은 최윤제의 〈약사여래삼존도〉는 화려한 색채와 치밀한 필력을 통해 전통 불화의 장엄미를 극대화한다.

구본준의 〈선재동자〉는 깨달음을 향한 구도자의 간절함을 섬세한 선묘와 중후한 색감으로 표현한다.

서지연의 〈비천〉은 성덕대왕신종의 공양자상을 모티프로 삼아 법열의 세계를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색조로 그려낸 작품이다.

최윤제 <약사삼존도> 면본에 채색 110*160 2025

구본준의〈선재동자〉70*50 견본에채색 2022

서지연〈비천〉120×80cm, 80×60cm 비단에 분채, 금분 2025

전통 불화의 정신성과 현대적 미감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불교미술이 지닌 빛과 자비의 메시지를 오늘의 시각언어로 새롭게 확장한다. 또한 사마디회의 창립전으로서 향후 불교미술의 연구·창작·실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출발점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