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지리산에서 두 비구니 스님(천진 스님, 현현 스님)의 수행 생활을 담은 책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불광출판사)가 출간되었다. 두 비구니 스님의 수행 이야기는 지리산 토굴에서 수행하며 대중들과 나눈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내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천진 스님, 현현 스님의 수행 이야기에서 주요 핵심 가르침으로 자주 언급된 은사스님인 정봉무무 스님의 첫 소참 법문집이 나왔다. 이 법문집은 지리산 홍서원을 방문한 불자들에게 스님이 들려준 소참 법문을 엮은 것이다. 열댓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수많은 문답이 오가면서 정봉무무 스님은 붓다의 가르침을 단도직입으로 들려준다.
스님의 법문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나’에 대한 집착을 끊는 것이다. 스님은 많은 이들이 ‘나’를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많은 고통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사성제의 핵심을 “집착을 끊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괴로움의 원인을 ‘집착’으로 본다. 집착이 어떤 것인지를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들어서 밝혀낸다.
부처님 공부하고 명상 수행을 통해서 내가 내 성품을 딱 보고 나니까 그 자리에 술, 담배, 고기 이런 것이 붙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냥 가버린 겁니다. 그냥 다 떨어져 나갔어요. 무구청정無垢淸淨한 그 자리는 어떤 것도 붙을 자리가 없어요. 잘 살펴봐서 그 자리는 술, 담배, 고기가 붙을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에 그것들이 도망가요. p.118
스님의 법문을 읽으면서 또 하나 자주 언급되고 있는 점은 바로 ‘계’다. 특별하게 눈에 보이는 점은 아주 당연하지만 불자들이 그냥 지나치고 있는 ‘삼귀의계’다. 오계에 앞서 스님은 ‘삼귀의계’를 아주 강조한다. 예를 들면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이 ‘삼귀의계’를 받아 지녀야 한다. 스님은 매일 새벽 2시 30분에 이 삼귀의계와 함께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 가르침 따라 세세생생 대자비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겠습니다.”를 서원한다. 스님의 원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가 길을 가다 보면 개미를 밟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의식이 깨어 있고, 내가 살생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자리잡히면 이상하게도 덜 밟아요. 반드시 덜 밟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피해갈 수 있어요. 그런데 내 마음속에 원망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원한의 마음, 죽이고 싶은 마음, 분노의 마음, 이런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을 때는, 겉으로는 내가 살생하지 말아야지 해도, 꼭 가서 발로 밟아 버립니다. p.197
‘업’은 스님께서 자주 강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억울한 일을 겪는데, 그 억울함이 사실은 내가 지은 수많은 악업이 얽혀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누가 나를 비난하면 우선 그 비난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생의 업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어나지만, 또한 이번 생에 지혜롭게 사유하면 현생의 삶도 자유롭고 괴로움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한다. 무엇보다 진정한 참회의 기도를 지속하면 내 속에 있는 업이 보이면서 업이 붙을 자리가 사라짐을 경험한다고 전한다.
이 세상을 꿈과 같이 보고, 꿈에서 깨어난다면 이 세상에 내가 지었던 업보가 하루아침에 해결이 다 되는 겁니다. 놀라운 방법이죠.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내가 지은 업을 꿈, 아지랑이, 번갯불, 그림자, 물거품, 무지개,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어느새 깊은 내면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자각력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업이 사라지는 게 보이죠. 자기가 지은 업보가 사라지는 게 보입니다. p.61
스님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리를 통해 자신의 성품을 보라”는 것이다. 이근원통耳根圓通 수행이다. 스님은 이근원통 수행이 무엇인지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부처님의 말씀 중에 사람들의 근기에 맞고 가장 수승한 방편의 가르침이 바로 이근원통 수행이다. 말세에 많은 사람들이 헤아리는 것을 좋아하고, 잣대를 세우고, 머리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보편적으로 가장 공부하기 쉽고, 깨달음의 도를 이루기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아마도 초심자들에게, 또 불교지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근원통 수행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스님은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외에도 정봉무무 스님은 불자들이 공부하면서 겪게 되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수행의 경계를 막힘 없이 들려주고 있다.
저자 정봉무무 스님 Ⅱ 출판사 어의운하
판형 127*197 Ⅱ 쪽수 224쪽
정가 13,000원
정봉무무頂峰無無 스님
1953년 함양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하늘과 우주의 끝을 보며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겼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세상을 배우고자 이발소, 양복점, 신발공장, 보험회사, 택시·버스·트럭 운전 등 온갖 직업을 가졌다. 32세에 이 세상의 모든 미련이 떨어지고 문득 자신이 끝없는 하늘 같이 비어있음을 보았다. 이후 송광사로 출가하여 여러 선지식을 참방하며 수행했으며, 1994년 지리산에서 3년 동굴 수행을 마치고 지리산 자락 맥전마을에서 수행하면서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안심법문을 전하고 있다. 대만불자들과의 인연으로 대만에서 『一大事因緣』, 『入流亡所』가 출간되었다. 스님의 법문은 제자 천진 스님과 현현 스님이 운영하는 보리심의 새싹(https://borisim.net)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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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 007 02 삼악도를 면하기 어려운 이유 • 016 03 삼악도를 면하는 길 • 021 04 염라대왕을 만나거든 • 029 05 억울합니다 • 036 06 최고로 당당한 것이 진리다 • 043 07 진정한 참회 • 049 08 집착이 스스로 사라질 때 • 056 09 업보를 해결하는 방법 • 060 10 잘되면 부처님 덕입니다 • 066 11 어떤 염불을 해야 할까요? • 074 12 진정한 보현행원의 실천 • 080 13 어떻게 음욕심을 초월하는가? • 091 14 가족은 수행에 장애일까? • 094 15 부자 마음 가진 자 부자된다 • 103 16 나쁜 습관 DNA • 107 17 자신을 살피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다 • 119 18 그림자에 속지마라 • 126 19 참된 자기는 누구인가? • 134 20 거짓된 자아의식에 속지마라 • 138 21 무아인데 업보는 누가 받는가? • 146 22 번뇌망상은 왜 일어날까? • 155 23 참선을 왜 하는가? • 161 24 소리를 통해 자기 성품을 봐라 • 167 25 이근원통 수행 • 172 26 열반에 드시면 어디로 가시나요? • 180 27 보리심과 선정 삼매 • 187 28 붓다 의식으로 내면을 결정화하라 • 193 29 평등성의 지혜 • 200 30 에고를 붓다로 꽃피워라 • 206 31 선지식의 마음 • 212 32 고통을 감내하다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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