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는 흔들리는 조직 내부를 여러분들이 잘 수습하고 밖으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그분들의 공감을 얻어내게 되면, 문체부가 다시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필자

■ 이병두 칼럼 ■ <종교평화연구원장, 종교 칼럼니스트>                     

 
지난 1월 10일과 12일에 보낸 편지에 이어지는 세 번째 글은, 문체부의 송수근 ‧ 유동훈 차관님과 실 ‧ 국장으로 고생하시는 여러분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어제, 2017년 1월 23일은 문체부의 전 · 현직 공직자 모두가 참담하고 부끄러운 날이었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 문화 강좌가 있었던 자리에서 강의를 맡으신 분은 이미 그곳을 떠난 지 여러 해 되었는데도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 참담한 심정을 말씀하는 것으로 말무리를 열어서, 수강자들의 가슴을 잠시 무겁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주말 장관의 구속 수감 소식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당연하다”며 기분 좋아 하는 한편으로 “안타깝다”며 안쓰러워하는 국민들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이 아마도 여러분들에겐 ‘지옥에서 보낸 몇 년’보다도 길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조직 흔들리지 않게 하고, 이번 사태로 촉발된 내부의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그 짐은 또 얼마나 무거웠겠습니까.

그러나 어제 오전 여러분들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것으로 문체부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여러분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게 쏟아지는 분노의 화살을 피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몇 가지를 더 하실 일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할 일은 ‘최순실-차은택’이 보낸 ‘허수아비 ‧ 전위대’에 지나지 않았던 전임 장관과 차관이 문체부의 전 분야 사업을 농단壟斷하는 동안 이에 저항하다 불이익을 당한 여러분의 동료들을 “내 힘으로 어쩌겠는가?”라며 짐짓 모른 척 했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분들이 겪은 “그 고통을 이번에는 내가 짊어지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임 장차관과 유착癒着하여 선배와 동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장차관의 문체부 농단에 적극 부역했던 일부 간부들을 정리하는 일도 늦출 수 없습니다. 아니 이 부역자 간부들이 스스로 “관료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발뺌을 하는 일 없이 “조사 ‧ 감사를 받고 징계위원회까지 거치려면 너무 길다. 문체부와 국가에 끼친 내 잘못은 내가 잘 안다. 정식 징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1~2년 휴직을 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 …….”며 물러나주면 가장 바람직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들이 머뭇거리면 여러분들이 나서서 설득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면서 계속 버티게 되면, 여러분을 지탱해주는 과장 이하 직급의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태까지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하위 직급에서 묵묵히 일해 온 분들은 간부 여러분들보다 더 분노하고 ‘참담’해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분노를 잘 조절해주시지 않으면 크게 터지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치에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던 장면

그 다음으로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 사죄문을 발표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마시고, 이 문제를 항의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자세를 보여주십시오.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1970년 12월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가 진눈깨비 내리는 추운 겨울날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빌리 브란트는 나치 학살의 책임이 없는데도 이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이번 사태의 직 ‧ 간접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리에 있었으므로, 브란트보다도 더 힘든 일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비롯하여 지난 몇 년간 일어났던 문체부 업무 농단 사태의 전말을 꼼꼼하게 기록한 백서白書를 만드는 작업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그 동안 많은 곳에서 "우리는 이렇게 잘 했다"는 홍보용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우리는 이렇게 잘못했습니다"는 사실 고백용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 백서는 이번과 같은 국정 농단을 하려는 이들에게 보여줄 '법전法典'이 될 것이고 여러분의 후배 공직자들에게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한다"는 다짐을 하게 해주는 '교과서'이자 그들을 지켜줄 '방패'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하위 직급 직원들 살피는 일을 결코 놓치시면 안 됩니다. “당신들은 고생한 게 별로 없다. …”고 여기면 큰일 납니다. 사법 처리에 들어간 전임 장차관들을 대신해서 여러분들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 전하고, 위로하고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정치권이나 언론보다도 더 절실한 것이 그들의 도움입니다.
 
안으로는 흔들리는 조직 내부를 여러분들이 잘 수습하고 밖으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그분들의 공감을 얻어내게 되면, 문체부가 다시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안에서, 그리고 이제까지 ‘적’으로 여기고 있던 문화예술인들이 밖에서 문화부 살리기에 나서는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문화부 살리기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고 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 <香山의 세상이야기 - 葉落糞本>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미디어붓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