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자 영적 스승인 틱낫한 스님이 서울의 불자들과 마주앉았다. 틱낫한 스님은 15일간의 방한 일정의 마지막 여정으로 서울 대중강연을 펼쳤다. 스님은 늘 그래왔듯 천천히, 자기만의 페이스로 이야기했고, 그 의미는 혜민 스님의 목소리로 전달됐다. 5월 13일 오후 7시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남녀노소와 국적, 승속을 망라한 사부대중이 모여앉아 틱낫한 스님의 법문에 귀를 기울였다.

틱낫한 스님은 ‘멈춤 그리고 치유(Stop And Heal)’을 주제로 마음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이야기했다. “내면의 고통을 직시할 때 고통을 치유할 수 있고, 나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을 때 타인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 틱낫한 스님은 관계 속에서 오는 고통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대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된다고 가르쳤다.



이날 틱낫한 스님의 통역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맡았다. (사진제공-BTN불교티비)

특히 남북갈등국면에서 불교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틱낫한 스님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고 그것은 북한만의 잘못이 아니”라며 “관계가 어긋났을 때 한 쪽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남한도 내면의 두려움, 화, 의심, 거기에서 말미암은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틱낫한 스님은 또 10년 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을 당시를 상기했다. “9.11테러 직후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집단적 분노를 접했기 때문에 전쟁 소식에 놀라지 않았다”고 말한 틱낫한 스님은 “그렇게 집단적인 분노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었으니 전쟁이 일어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불교국가인 한국은 전쟁을 일으켰던 미국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전통적으로 불법을 믿는 국가였던 남한은 불교적인 방법으로 스스로를 환화시켜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와 함께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인과 종교지도자, 그리고 대중매체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정치가나 불교지도자들이 국민들이 스스로의 고통을 인지할 수 있게 유도하고 그것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대중매체 역시 부정적인 집필보다는 치유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는 틱낫한 스님의 대중강연을 듣으려는 사부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사진제공-BTN불교티비)

틱낫한 스님은 3시간여의 대중강연을 마치며 “깊이 듣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수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하게 되면 좋겠다. 자애롭게 듣는 수행을 열심히 해서 북한의 고통 또한 들을 수 있게 되어 진정한 평화국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앞선 방한 일정 중 월정사, 중앙승가대학, 범어사 등을 종횡무진하며 치유의 에너지를 전파한 틱낫한 스님은 14일 국제선센터에서 있을 집중수행프로그램 일정을 마지막으로 소화하고 15일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