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명함에 ‘예수를 믿으라’는 성경문구를 새겨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종교편향 규탄법회 이후 정부가 약속한 공직자종교중립 약속이 공염불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 복지국 공무원 ㄱ씨가 자신의 명함 상단과 하단 두 곳에 성경문구를 삽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미디어붓다>에 의해 확인됐다. ㄱ씨 명함의 하단에는 십자가표시와 함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 얻으리로다”는 내용에 (행16:31)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명함 상단에는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서로 사랑하라”라는 성경의 구절을 새겨 넣었다.

ㄱ씨는 <미디어붓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가 가동 중에 있는데도 성경의 글귀를 공무원 공식명함에 삽입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고센터라는 것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작년 종교차별과 관련해 지침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다”면서 “그 지침을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종교를 권유하지 말고 나타내지 말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명함은 개인적인 명함이 아닌 시 예산으로 만든 직원용 명함임에도 성경문구를 삽입했다는 것은 공직자종교중립의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부의 공직자종교중립의무의 실천 모습이 공무원 사회 일선현장에서는 전혀 실효가 없는 요식행위에 머물러 있다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성경말씀으로 한 사람이라도 새 생명을 얻게 된다면 귀중한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ㄱ씨는 “문구가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인지, 해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성경문구가 들어간 명함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이지에 대해 ㄱ씨는 “이미 제작된 명함을 폐기하겠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문구가 빠진 명함을 사용하고 개인적으로는……”이라고 분명한 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배병태 사무국장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해야 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공직자로서 종교중립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음은 큰 문제”라며 “악의적인 의도가 없을지라도 이는 종교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병태 사무국장은 또 “법이 개정되고 신고센터가 운영된다고 하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종교중립위반이냐 아니냐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러한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