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따뜻함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온다지만 올해는 경제한파까지 더해 어느 때보다 몸이 움츠러들고 있다. 경제 걱정, 취직 걱정, 건강 걱정, 가족 걱정 등으로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양천구청 불자모임 불심회는 유난히도 추운 꽃샘추위를 이기고 불자들의 언 마음을 녹이기 위해 법륜스님을 초청해 3월 25일 행복법회 즉문즉설을 열었다.

즉문즉설은 ‘남편이 바람폈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아들이 수험생인데 공부를 잘 안해요’ 등 법회참석자들이 즉석에서 한 질문에 스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유명한 법회다.

법륜 스님은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어 법륜 스님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원하는 것을 얻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라며 “오해가 풀려서 해결되기도 하고 뉘우쳐서 해결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나 저절로 풀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해결방법이 많은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어서 해결하는 방법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식이 공부를 안해 괴로우면 자식이 공부해야하고 시어머니가 잔소리하면 잔소리를 그만 둬야 하고, 돈이 없으면 돈이 생겨야 한다는 사고방식의 해결방법으로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한 가지 길만 추구하지 말고 다른 해결방법도 모색해 보자”고 법륜 스님은 당부했다.

첫 번째로 집어든 질문은 병에 걸린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자식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만 하다며 희망을 말을 전해달라는 것. 질문보다는 부탁에 가까웠다.

참가자들은 모두 질문자의 안타까운 이해하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자식에 대한 걱정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법륜 스님은 “부모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현실”이라며 “하지만 괴로워한다고 해서 아이의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우선은 괴로워하는 자신이 손해고 그러다 보니 가정도 우울해 지는 것”이라고 조언한 법륜 스님은 “괴로워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데 정말 안 괴로울 수 없는 일인가”라며 재차 물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면서 계속해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장애나 병이 오면 많은 불자들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라고 생각한다”며 “전생에 죄를 지었다면 마땅히 과보를 받아야하지만 재앙은 받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또 “좋은 것은 다 자기 달라하고 나쁜 것은 다 관세음보살이 가져가라 지장보살이 가져가라 기도하는데 기도가 이루어지겠냐”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은 아이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보를 받지 않고 남에게 책임전가 시키려 하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이다.

“병이 들었다면 보살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기꺼이 보살펴 주고 자신의 잘못이 있다면 참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법륜 스님은 “이렇게 기도할 때 비로소 기도가 이루어지고 괴로움에서 멀어진다”고 덧붙였다.

90세가 되어도 70먹은 자식을 걱정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결혼한 딸 자식을 걱정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딸과 사위가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냐는 것이다.

“승려생활을 떠나려고 할 때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감사하다”고 운을 띄운 법륜 스님은 “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괴로움을 자처하느냐, 그렇게 사는 것이 재밌는가 보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지금 부부생활이 안 좋은 것은 자신이 아니라 바로 자식 아니냐”며 “왜 결혼한 자식에게까지 간섭해서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내느냐”고 충고했다.

“아마도 질문자는 딸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해서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법륜 스님은 “이제라도 딸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고 자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자신과 딸 모두를 위해 현명한 길”이라고 말했다.

자식걱정도 걱정이지만 요즘 부쩍 늘어난 강력범죄로 인해 두려움을 갖는 이들도 많았다.

법륜 스님은 “요즘 세상 사람들은 물질에만 집착해 미쳐 날뛰기 때문에 화를 자처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륜 스님은 또 “이런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해보라”며 “노름판이 깨져가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인데 우리 모두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해야 할 일이지 두렵다고 피하기만 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법회 참가자들은 오랜만에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냈고 스님은 답을 전했다. 법륜 스님은 자신의 대답이 언제나 해결책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스님의 답변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던 참가자들을 보면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한다. 말 그대로 행복법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