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윤리학을 선도하고 있는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가 역저 <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씨아이알)을 펴냈다. 박 교수가 지난 몇 년간 삶의 의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순간들의 글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정말로 의미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구체적인 실존의 장에서 펼쳐갈 수 있을지 하는 고민이 책 전반에 걸쳐 담겨 있다. 이 책은 또한 불교 계율정시에 근거한 새로운 윤리의 모색을 다룬 책이기도 하다.

저자 박 교수는 “초기불교의 윤리나 중관사상의 윤리적 측면에 유의하고자 했던 연구는 있었지만 우리 불교가 지닌 선불교적 전통 속에서 윤리적 차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극히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인연이라는 틀은 인간을 억압하는 특정한 공동체를 설정하지 않으면서도 관계성이 곧 존재의 근원이라는 설명을 가능하게 해주는 불교윤리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채택하는 이기성의 원칙이 결국 자신의 이익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 귀결을 바탕으로 개인을 억압하는 공동체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관계성을 중시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미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서문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하여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늘 뒷전으로 미뤄놓을 수밖에 없는 우리 한국인들의 삶이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현실인식을 이 책의 출간 배경으로 고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어쩌면 다소 철학적 물음에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깨침에 기반을 두고 걸림 없는 자비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윤리적 답변과 이의 지속적인 실천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박병기 교수는 특히 쇠락의 길을 재촉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징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한국불교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계율정신’에서 찾는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삶이 무상함을 직시하면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문명의 근원적 속성인 디지털 상황을 전제로 불교가 어떤 해석과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지를 묻고, 더 나아가 생존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국면에서 제기되는 인권문제가 결국 삶의 의미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2부에서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율정신에 초점을 두고 되살려보고자 시도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불교 계율정신을 바탕에 두고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자살이나 생명복제 등에 대한 불교적 입장 표명도 들어있어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다.

이 책은 특히 박 교수가 불교공부의 과정에서 만난 스승에 대한 헌사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삼학원에서 만난 스승 가산지관 스님으로부터 받은 공부의 즐거움과 삶의 심연에 대한 일깨움은 그에게는 행운에 가깝다고 술회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다르마를 향하는 시선을 늘 간직하고 계셨던 스승(지관스님)의 가르침을 헤아리면서 삶의 의미라는 화두를 놓지 않고 오늘 하루의 일상과 공부, 강의에 임하는 것이 그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매우 ‘불교윤리적’이다. 390쪽, 22,000원


*저자 박병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동 대학원 윤리교육과 석사 및 박사를 졸업한 후 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산불교문화연구원 부설 불교원전전문학림 삼학원(5년제)에 입학하여 불교철학과 불교윤리를 공부했다.
대표저서로는 <윤리학과 도덕교육 1, 2>(공저), <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윤리>,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2000년 문광부 우수학술도서), <보살의 뇌: 자연화된 불교>(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