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마음의 세제도 아니고, 마음의 세탁소나 목욕탕은 더더욱 아니다. 더러운 자가 가면 깨끗해지는 그런 곳이 아닌 것이다. 더러운 자도 천국에 들어가면 저절로 깨끗해진다고 알고 있다면, 그것은 큰 오해이고 착각이며 무지이다.”

세상 사람들이 종교계를 걱정하는 시대이다. 거침없는 쓴 소리로 불교계는 물론이고 기성종교의 잘못된 모습을 일깨우는 김진태 선생이 위험하고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 올바른 종교생활과 보다 나은 삶을 꾸리기 위한 에세이집 <천당과 지옥은 번지수가 없다>(동숭동)를 펴냈다.

△불교적 소양에서 본 인생살이 △성자들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 본다 △불교의 밖을 통해 배우기 △고해 들여다보기 △불교계와 지계의 중요성 △불교와 불자 △중요한 게송들 △에필로그 등의 큰 제목으로 구성된 이 책은 위빠사나와 사마타 수행을 해오면서 몸소 수행·지도하고, 경주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전국의 사찰에서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의 첫 책으로 그동안의 깊이 있는 공부와 사유, 수행을 응집해놓은 결정체라 함직하다.

‘천당과 지옥은 번지수가 없다’라는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 저자는 그릇된 종교관과 이 시대의 일그러진 종교계의 세속화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세상 사람들이 종교계를 걱정하는 시대, 그 밑바탕에는 천당과 지옥을 공간적인 관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관념이 있고, 그것을 부추기고 유혹하고 협박하는 종교계의 타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천국과 지옥은 저 하늘이나 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고, 지옥 같은 괴로움을 건너 천국으로 만드는 힘은 자기 내면에 있으므로 수행을 통해 자기 내면세계를 정화시키고 성숙시키고 자비행을 실천하는 데 있음을 역설한다.

승려들의 무감각해진 파계 행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등장한다. 저자는 승가의 계행이 청정하지 않으면 붓다의 가르침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 수 없게 됨을 조목조목 밝히면서 “불교는 수행체계로서 불자들은 누구나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교학과 수행을 함께해야 한다. 불교계를 정화하는 최고의 처방이 수행”이라고 강조한다.

동화사 율원장 도일 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에세이 형태의 글이지만 불교의 핵심 내용과 현 우리 불교계의 문제점들을 참으로 잘 짚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불교계 정화의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떤 신앙체계에도 갇히지 않고, 편견을 걷어내고 읽는다면 불교적 가치관 확립, 수행과 계율 호지를 통한 새 불교 운동을 제안하는 저자의 속뜻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진태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붓다의 바른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과정을 수학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석·박사를 졸업했다. ‘불교 공부를 해서 세상에 전하라’는 파계사 성전 스님의 부촉을 받아 본격적으로 불교학을 전공했으며, 철학과 심리학 등 인접 학문을 아우르며 불교학의 지평을 넓혔다. 호두마을, 봉인사, 다보수련원 등에서 위빠사나와 사마타 수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