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공공의 과제…마음 평안에서 사회 회복으로”

유엔(UN)이 제정한 ‘세계 명상의 날(12월 21일)’ 1주년을 맞아, 한국에서도 이를 기념하고 실천을 이끌어갈 공식 조직이 출범했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타 종교와 정치권, 의학·교육·명상 단체가 함께 참여한 ‘UN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가 불기 2569(2025)년 12월 21일 서울 봉은사 봉은문화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세계 명상의 날이 국제사회에서 제도화된 이후, 한국에서 이를 기념하는 범사회적 연대 기구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한국위원회는 명상을 개인 수행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사회 갈등 치유, 평화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 공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원불교, 대한성공회 등 종교계 인사와 국회, 정부, 명상의학·명상학계, 명상 단체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음악명상그룹 ‘케렌시아’의 연주와 함께하는 명상으로 문을 열며, ‘멈춤과 고요’라는 명상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위원회는 금강 스님(조계종 선명상위원장)의 경과보고와 함께 규약을 제정하고 임원 구성을 확정했다. 규약에는 명상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통해 국민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며,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이 명시됐다. 주요 사업으로는 세계 명상의 날 기념행사 정례화, 한국 명상 포럼 운영, 범국민 명상 캠페인 전개 등이 포함됐다. 현재 UN 명칭 사용을 위한 공식 허가 절차도 진행 중이다.

상임위원장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추대됐다. 공동위원장단에는 조승래 국회의원(국회마음챙김포럼 대표),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 이경열 원불교 교무, 이강욱 대한명상의학회장, 육영숙 한국명상학회장이 참여했다. 집행위원장은 금강 스님이 맡아 실무를 총괄한다. 종교, 정치, 학계, 의료,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한 조직 구성은 한국위원회가 특정 종교나 단체를 넘어선 범사회적 연대 기구임을 보여준다.

진우 스님은 기념사에서 “유엔이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한 것은 인류의 정신적 평화를 위한 분명한 선언”이라며 “오늘은 인류의 정신적 건강과 평화를 향한 새로운 약속의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라며 “한국위원회는 다양한 명상의 지혜를 현대 사회의 언어로 풀어내 누구나 일상에서 마음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길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이헌승 국회 정각회장은 “동지인 12월 21일이 세계 명상의 날로 지정된 것은 어둠에서 빛으로 전환되는 내적 성찰의 상징성 때문”이라며 “한국위원회가 종교와 이념, 세대를 넘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연대의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명상은 개인의 마음 건강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평화를 회복하는 실천”이라며 K-웰니스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해외 명상계 지도자들의 영상 축하 메시지도 이어졌다. 마음챙김 명상(MBSR) 창시자 존 카밧진 박사는 “명상은 인간의 존엄과 자비, 지혜를 회복하는 보편적 실천”이라고 전했으며, 차드 멩 탄과 로시 조안 할리팩스 역시 한국위원회 출범에 대한 국제 명상계의 기대를 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래세대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초·중·고 학생 6명은 ‘마음 평안을 위한 미래세대 제안’을 통해 학교 내 명상 공간 조성, 마음 교육 정규 수업 편성, 가족 단위 명상 시간 마련 등을 제안했다. 경쟁 중심 사회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교육의 필요성을 호소한 청소년들의 발언은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출범식 말미에는 공동위원장단이 함께하는 ‘마음 평안 명상’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안내에 따라 눈을 감고 호흡과 마음을 관찰하며, 서로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교와 이념의 경계를 넘어 한 공간에서 이뤄진 공동 명상은 한국위원회 출범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사진=대한불교조계종)
 

한편 출범식에 이어 열린 2부에서는 ‘세계 명상의 흐름과 한국 명상의 과제’를 주제로 K-메디테이션 한국 명상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강욱 대한명상의학회장은 명상의 과학적 연구 성과와 전망을, 혜주 스님은 세계 명상 교육 동향을, 성해영 서울대 교수는 글로벌 명상 흐름 속 한국 명상의 방향을 각각 발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명상 대중화와 제도적 확산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위원회는 앞으로 매년 세계 명상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반기별 명상 포럼과 범국민 캠페인을 통해 명상을 일상과 사회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현재 60여 개 명상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며, 한국 사회에서 명상이 수행을 넘어 공공의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