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왕켄뽀의 보성론 강의(045)//

강의 : 켄뽀 아왕상뽀

(북인도 둑 다르마까라 승가대학 교수사/ 서울 성북구 캄따시링 센터장)

번역 및 정리 : 자홍스님 (캄따시링 법회 통역)

교정 : 캄따시링 역경원(지성남, 김지아)

아상가 논사의 탱화

세간에서 행하지만

세간법(世間法)에 물들지 않으므로

불사(不死)인 적정처(寂靜處)를 성취하여

죽음의 마(魔)가 부동(不動)하므로 [2.66]

།འཇིག་རྟེན་ན་ནི་སྤྱོད་པ་ན། །འཇིག་རྟེན་ཆོས་ཀྱིས་གོས་མེད་ཕྱིར།

།འཆི་མེད་ཞི་བའི་གནས་ཐོབ་ལ། །འཆི་བདུད་རྒྱུ་བ་མེད་པའི་ཕྱིར།

"세간에서 행하지만 세간법(世間法)에 물들지 않으므로" 라고 하였다. 보통 부처는 유정(有情)을 위해 이 세간에 머무는 것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부처는 세간법에 염오됨이 결코 없으니, 마치 연꽃이 진흙에서 자라지만 연꽃에는 진흙이 묻지 않음과 같다. 그리고 "불사(不死)인 적정처(寂靜處)를 성취하여" 라고 하였다. 부처는 죽음의 악마, 즉 사마(死魔, Tib. 'chi bdag gi bdud, Skt. mṛtyumāra)를 정복하였으므로, 죽음이 없는 경지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죽음의 마(魔)가 부동(不動)하므로" 라고 하였으니, 죽음의 마귀가 해를 끼치지 못하며 죽음에 의해 변화하여 움직이는 일이 없다.

죽음의 마(死魔)란 무엇인가? 이것은 4마(四魔)의 하나로서, 우리의 수명과 목숨이 찰나마다 소멸하여 결국 그 흐름이 단절되는 것을 말한다. 부처는 유위(有爲)의 측면에서 벗어났기에 사마(死魔)가 작용하지 못한다.

학생 : 4마(四魔, Tib. bdud bzhi, Skt. caturmāra)란 무엇입니까?

켄뽀 : ①번뇌마(煩惱魔, Tib. nyon mongs pa'i bdud, Skt. kleśamāra)는 바로 탐, 진, 치 등의 번뇌이다. 번뇌가 마음의 흐름에 있으면, 우리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므로 마(魔)라고 부른다.

②온마(蘊魔, Tib. phung po'i bdud, Skt. skandhamāra)는 업과 번뇌로 인해 성립되는 온(蘊), 즉 우리의 몸과 마음이다. 왜 이것을 마(魔)라고 하는가? 업과 번뇌에 의해 성립된 이 온으로부터 우리에게 많은 괴로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자 많은 경험이 있을 터이다.

③사마(死魔, 'chi bdag gi bdud, Skt. mṛtyumāra)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식(識)을 이 육신과 함께 머물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병에 걸리거나 무기에 다치거나 업이 다 되면, 이 힘이 소진되어 사망한다. 죽음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두려우며 가족·친구 등의 죽음은 큰 고통을 야기한다. 이 죽음의 마(魔)가 오기를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죽음을 막을 수 없으며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④천자마(天子魔, Tib. lha'i bu'i bdud, Skt. devaputramāra)란 아름다운 형상, 듣기 좋은 소리, 항기로운 냄새, 입맛이 돋는 맛 같은 것들이다. 천(天, Tib. lha, Skt. deva)이라고 하면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부드럽고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색, 성, 향, 미, 촉 등은 지금 당장 일시적으로는 아름다우며 필수적이고 이로운 것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에 집착하고 애착함에 의해 괴로움이 발생한다.

부처의 존호(尊號) 중 '세존(世尊)'에 해당하는 티베트어는 bcom ldan 'das(Skt. Bhagavan, 薄伽梵)로 이 단어는 3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 단어인 bcom에는 4마(四魔)를 완전히 조복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무위(無爲)의 자성(自性)인

무니(muni)는 본래 매우 적정(寂靜)하므로

상주(常住)이며, 의지할 바 없는 이들의

의지처 등으로 타당하므로 [2.67]

།འདུས་མ་བྱས་པའི་རང་བཞིན་གྱི། །ཐུབ་པ་གདོད་ནས་རབ་ཞིའི་ཕྱིར།

།རྟག་པ་སྐྱབས་མེད་རྣམས་ཀྱི་ནི། །སྐྱབས་ལ་སོགས་པར་འཐད་ཕྱིར་རོ།

"무위(無爲)의 자성(自性)인 무니(muni)는 본래 매우 적정(寂靜)하므로" 라고 하였다. 여기서 무니(Skt. muni, Tib. thub pa, 能仁/牟尼)는 부처의 존호(尊號)이다. 부처는 무위자성(無爲自性)이니, 지혜자량과 공덕자량을 쌓음으로써 부처가 새롭게 성취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부처는 오직 무시이래 본래 머물러 있는 심자성(心自性)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상주(常住)이며, 의지할 바 없는 이들의 의지처 등으로 타당하므로" 라고 하였다. 부처는 상주(常住)이며, 의지할 바 없고 보호자가 없고 친애하는 이도 없는 이에게 의지처이자 보호자이자 친애하는 이로서 합당하다.

밀교의 예비 수행에서, 귀의(歸依)에는 ①외(外)적 귀의(Tib. phyi'i skyabs 'gro) ②내(內)적 귀의(Tib. nang gi skyab 'gro) ③비밀 귀의(Tib. gsang ba'i skyab 'gro)의 3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세 번째 비밀귀의야말로 진정한 귀의로, 이것은 자증의 귀의(自證, Tib. rang rig skyabs 'gro)라고도 하는 궁극적인 귀의이다. 비밀귀의를 한다면, 즉 자성(自性)을 증득(證得)하면 능취(能取)와 소취(所取)·망상·분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

잠공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부처의 법신(法身)이 상주(常住)이고 불변(不變)임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①죽음으로 인한 이동이 없으므로 적정처(寂靜處)를 성취하여, 사마(死魔)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인과 조건이 [화합한 것이 아닌] 무위(無爲)의 자성인 성자(聖者, Tib. thub pa)의 법신(法身)은, 본래부터 생과 사(死)(Tib. skye 'chi) 등이 실로 적정(寂靜)하기 때문이며, 귀의할 바 없는 무량한 유정들의 귀의처이며 보호자이며 친족 등의 궁극으로 합당하기 때문이다."

앞의 일곱 가지 원인으로 인해

색신(色身)의 상주(常住)이며

뒤의 3가지에 의해 스승의

법신(法身)의 상주(常住)이다. [2.68]

།དང་པོ་ཡི་ནི་རྒྱུ་བདུན་གྱིས། །གཟུགས་ཀྱི་སྐུ་ཡི་རྟག་ཉིད་དེ།

།ཕྱི་མ་གསུམ་གྱིས་སྟོན་པ་ནི། །ཆོས་ཀྱི་སྐུ་ཡི་རྟག་པ་ཉིད།

게송 2.68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62번 게송의 내용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게송 2.62에서는 ①인(因)이 무량하고 ②유정이 다함이 없고 ③비(悲, Tib. brtse ba, Skt. kāruṇya)가 있고 ④무량무진(無量無盡)한 '신통변화'가 있으며⑤지(知, Tib. mkhyen pa, Skt. jñāna)가 있고 ⑥모든 덕이 '완전(Tib. phun tshogs)'하여 부족함이 없고 ⑦법의 군주(Tib. chos kyi dbang phyug, Skt. dharmaiśvara)이며 ⑧사마(邪魔)를 물리쳤으며 ⑨'무자성(無自性, Tib. ngo bo med, Skt. niḥsvabhāva)'이며 ⑩'세간의 보호자'이기에 10가지 이유에서 부처는 상주(常住)라고 하였다.

먼저 "앞의 일곱 가지 원인으로 인해 색신(色身)의 상주(常住)이며" 라고 하였다. '일곱 가지 원인'은 10가지 원인 중에서 앞의 7가지를 가리킨다. 이 7가지 원인에 의해 부처의 색신(色身)은 상주(常住)이다. 그리고 "뒤의 3가지에 의해 스승의 법신(法身)의 상주(常住)이다." 라고 하였다. 뒤의 3가지는 10가지 이유 중에서 일곱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를 가리킨다.

잠곤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因)이 무량함 등 앞의 일곱 가지 이유로 색신(色身)의 이타(利他)는 항상 흐름이 단절되지 않으며, 사마(死魔)를 조복함 등 후자의 세 가지 이유로 스승이신 부처의 법신(法身)이 불변(不變)이며 상주(常住)함을 나타낸다."

학생 : 요의(了義)와 불요의(不了義)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켄뽀 : 불교를 공부할 때는 항상 요의와 불요의를 인지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불요의(不了義, Tib. drang don, Skt. neyārtha)는 다른 의도가 있더라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른 말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반면에 요의(了義, Tib. nges don, Skt. nītārtha)는 본의를 그대로 드러내어 설하는 것이다. 부처께서는 경에서 3승(三乘)을 설하기도 하시고 때로는 1승(一乘)을 설하셨다. 일반적인 해석에서는 3승은 불요의이며 1승이야말로 요의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해석으로는 1승이 불요의이며 3승이 요의라고도 한다.

학생 : 궁극적인 귀의인 비밀귀의 혹은 자성귀의에서, 대상과 인식 주체를 모두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귀의에는 귀의의 대상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귀의할 대상이 없는데 어떻게 도움을 받습니까?

켄뽀 : 자증(自證, Tib. rang rig)이라는 것은 '앎(Tib. rig)'이다. 자증(自證)이란 스스로 스스로를 아는 것이다. 능취(能取)와 소취(所取), 즉 주체와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그 벗어남이 바로 나를 구제한다. 그러므로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귀의처이다.

언어의 대상이 아니므로, 승의로 포섭되므로

분별의 대상이 아니므로, 비유에서 벗어났으므로,

무상(無上)이므로, 윤회와 적멸에 포섭되지 않으므로,

승리자의 영역은 성자조차 생각할 수 없다. [2.69]

།ངག་ཡུལ་མིན་ཕྱིར་དོན་དམ་གྱིས་བསྡུས་ཕྱིར། །རྟོག་གནས་མིན་ཕྱིར་དཔེ་ལས་འདས་པའི་ཕྱིར།

།བླ་ན་མེད་ཕྱིར་སྲིད་ཞིས་མ་བསྡུས་ཕྱིར། །རྒྱལ་ཡུལ་འཕགས་རྣམས་ཀྱིས་ཀྱང་བསམ་མི་ཁྱབ།

데르게판 『보성론』 게송 2.69의 2행을 보면 rtogs(뭔가를 알다.)이라고 되어 있으나, rtog(분별)의 오기로 보인다. rtog은 rnam rtog(Skt. vikalpa)으로 이해된다.

우리의 심자성(心自性)이 객진(客塵)의 염오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그것이 바로 부처·보리·법신이다. 법에는 세속(世俗)과 승의(勝義)가 있으니, 보리·불(佛)·법신은 승의·자성(自性)에 포함되는 것이다. "언어의 대상이 아니므로, 승의로 포섭되므로" 라고 하였듯이, 보리는 언어의 대상이 아니다. 법(法)에는 언어로써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언어로써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여기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그저 언어로 표현하기 난해하다는 뜻이 아니다. 부처·법신은 언어적인 설명의 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분별의 대상이 아니므로" 라고 하였다. 법에는 분별의 대상인 것과 분별의 대상이 아닌 것 2가지가 있다. 우리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분별의 대상이다. 자성(自性)은 분별의 영역에서 벗어났기에, 분별의 대상이 아니다.

"비유에서 벗어났으므로" 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이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을 설명할 때 비유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뉴욕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다른 장소에 비유해서 뉴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의(勝義)는 유사한 세속의 법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승의제(勝義諦)는 비유에서 벗어난 것이다.

"무상(無上)이므로" 라고 하였다. 자성·승의는 최상(最上)이므로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으며 으뜸이다. 그리고 "윤회와 적멸에 포섭되지 않으므로" 라고 하였다. 보통 우리는 윤회는 떠나야 하는 바, 버려야 하는 바라고 생각하며, 적멸(寂滅)·열반은 성취할 바, 추구해야 하는 바라고 여긴다. 그러나 자성(自性)은 윤회에도 속하지 않으며 열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승리자의 영역은 성자조차 생각할 수 없다." 라고 하였다. 승리자의 영역, 즉 부처의 영역인 법신·자성·보리는 범부는 물론이고 부처보다 낮은 단계의 성자들의 인식의 영역조차 넘어선다.

잠공꽁뚤석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무구(無垢)한 그러한 대(大) 보리는 즉, 언어로써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승의(勝義)에 포함되기 때문에, 분별로 들어갈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비유를 초월하였기 때문에, 최상(最上)이므로, 존재(有)와 적멸(寂滅)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오직 승리자인 구경각(究竟覺)의 지(智)의 영역이니, 10지(十地)에 머무는 성자들조차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할 수 없으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며

말할 수 없으니 승의(勝義)이기 때문이며

승의이니 분석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며

분석할 바가 아니니 비량(比量)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2.70]

།བསམ་མེད་བརྗོད་དུ་མེད་ཕྱིར་ཏེ། །བརྗོད་མེད་དོན་དམ་ཡིན་ཕྱིར་རོ།

།དོན་དམ་བརྟག་བྱ་མིན་ཕྱིར་ཏེ། །བརྟག་མིན་རྗེས་དཔག་བྱ་མིན་ཕྱིར།

"생각할 수 없으니 말할 수 없기 때문며" 라고 하였다. 범부는 물론 10지의 보살들조차 보리는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떤 것을 모를 때는 그것에 대해 다른 이가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그것이 어떠한 것이겠구나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신·보리는 언어로써 설명할 수가 없으니, 그것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말할 수 없는가? "말할 수 없으니 승의(勝義)이기 때문이며" 라고 하였으니, 보리는 승의(勝義)이기 때문이다. 세속법(世俗法)은 말할 수 있다. 반면 승의의 법은 언어와 분별의 영역을 초월하였으므로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부처의 혀는 그 어떠한 법이라도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으나, 법의 자성(自性)만큼은 부처의 혀로도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미라래빠 존자는 자성을 설명할 때는 그저 비유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직접적인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자성은 수습(修習)을 통해 분별과 염오(染汚)가 사라졌을 때, 오직 자신의 경험으로써만 알 수 있다.

보리가 승의인 이유는 무엇인가? "승의이니 분석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며" 라고 하였으니, 자성은 분석(Tib. brtag, Skt. tarka)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분석할 수 없는가? 이어서 "분석할 바가 아니니 비량(比量)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듯, 보리는 비량(比量)할 수 있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량(比量, Tib. rjes dpag, Skt. anumāna)이 가능하려면, 비유나 예시나 논증으로써 추론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보리는 비유, 예시, 논증으로 추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