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마음으로

헛된 말을 많이 하고

생각이 집중되지 못하고

바른 법을 좋아하지 않고

어리석어

장로의 지위에서 멀어지고

악한 견해를 가진 자는

존경을 받지 못한다. 

계행을 갖추고 학식이 있고

총명하고 자제하고

가르침에 밝아

지혜로써 의미를 통찰하고

일체의 원리에 통달하여

황무지가 없고 슬기로워

태어남과 죽음을 버리고

청정한 삶을 완성한 님,

번뇌가 존재하지 않는 님,

그를 나는 장로라고 하니

바로 번뇌를 부순

수행승이 장로이다. 

                     - 전재성 님 옮김

(사진=장명확)

장로라는 용어는 흔히 기독교에서 특히 개신교에서 교회 운영에 대한 봉사와 교도를 맡아보는 직분 또는 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불자들조차 장로가 개신교의 용어로 잘못 아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장로는 본래 불교 용어이다.  

불교에서 장로는 지혜와 덕행이 높은 비구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불교에서 장로의 호칭은 종파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선종에서는 주지를 가리키는 말이고, 율종에서는 한 종파의 주관자를, 화엄종에서는 소임에서 퇴임한 고승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장로가 오히려 기독교의 용어처럼 쓰이게 되면서 불교계 안에서조차 본래 의미가 퇴색되거나 활용이 제한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장로 수보리’ 등의 예에서 보듯 장로는 경전에서나 볼 수 있는 용어로 취급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조계종의 최고 고승들의 모임이 ‘장로회의’가 아니라 ‘원로회의’라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명명된 것만 봐도 장로라는 용어가 불교에서 얼마나 퇴색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하긴 불교에서 사용한 장로의 의미에는 ‘나이 많은 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고령의 스님들로 구성된 원로회의라는 명칭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아무려나, 이번에 소개할 부처님의 시는 장로의 의미에 대한 것이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4:22 ‘우루웰라의 경(Dutiyuruvelāsutta)’에 등장한다. 

이 경이 설해진 시기는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제따와나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계실 때이며, 설법 내용의 배경은 부처님께서 막 대각을 이루고 난 후 네란자라 강가에 있는 아자빨라 보리수 아래에 있을 때 찾아온 일단의 늙고 노쇠한 바라문들과의 만남 자리이다. 

부처님을 찾아온 고령의 바라문들은 부처님을 향해 ‘수행자 고따마가 고령에다가 만년에 이른 바라문들에게 절하지도 않고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고 자리를 권하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오늘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며, 그런 행동은 옳지 않다고 항의한 것에 대한 부처님의 답변 또는 견해가 이 경의 주요 내용이다.  

부처님은 그때 당신에게 ‘참으로 이 존자들은 장로나 장로가 되는 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장로가 되는 네 가지 원리를 제자들에게 설하셨다. 

그 내용은 비록 나이가 여든이나 아흔, 백 세가 되었더라도 때맞춰 말하지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가르침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계율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말을 하지 못하고, 알맞은 말을 하지 못하고, 한계가 있는 말을 하지 않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는 ‘어리석은 장로’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또 비록 젊고 머리카락이 아주 검고 행복한 청춘을 부여받은 인생의 초년일지라도 때맞춰 말하고, 진실을 말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하고, 가르침에 맞는 말을 하고, 계율에 맞는 말을 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하고, 알맞은 말을 하고, 이유가 분명한 말을 하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한다면 그를 두고 ‘슬기로운 장로’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장로의 조건에 나이는 포함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신 것이다. 

부처님은 이어 장로가 되는 네 가지 원리를 말씀하셨다. 첫째는 계행을 갖추고 실천하고, 수호하고, 바른 행을 하고, 작은 잘못에서 두려움을 보고, 계율을 수용하여 배우는 것이다. 둘째는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기억하고 모아서,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도 훌륭한 내용을 갖추고 형식이 완성된 가르침을 설하고, 지극히 원만하고 오로지 청정한 거룩한 삶을 실현시키는 그 가르침을 자주 듣고 기억하고 언어로써 외우고 정신으로 성찰하고 바른 견해로 잘 꿰뚫는 것이다. 셋째는 보다 높은 마음과 관계되고 현세의 삶에 유익한 네 가지 선정을 원하는 대로 성취하고 힘들이지 않고 성취하고 어렵지 않게 성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번뇌를 부수고 번뇌 없이 마음에 의한 해탈과 지혜에 의한 해탈을 현세에서 곧바로 알고 깨달아 성취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계행이 원만하고, 여법한 설법을 할 수 있으며, 선정에 자유자재하고, 열반을 성취해 해탈을 이루는 것이 장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파계를 일삼고, 설법 능력이 없으며, 선정수행에 소홀하거나 선정에 드는 것을 힘겨워하고, 번뇌를 부숴 열반과 해탈을 성취하는 것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이는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장로일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이 부처님 시를 잘 이해함으로써 장로라는 용어가 얼마나 소중한 불교용어인지에 대한 각성과 함께, 장로가 내포하고 있는 참의미를 이해하며, 나아가 이 가르침을 각자의 수행지침으로 삼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