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소리 말로 표현 … 훌륭한 창작 행위
소리 산책
폴 쇼워스 지음, 문혜진 옮김,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림
불광출판사, 33쪽, 1만2000원
산책하기 딱 좋은, 꽃피는 봄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소리 산책을 즐겨 보자.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몸과 마음에 넘쳐흐르게 될 것이다.
『소리 산책』은 아빠랑 강아지랑 함께 동네와 공원을 걸으며 경험하는 다채로운 소리의 축제를 그린다. 아빠 구두 소리, 강아지 발톱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딱따구리 소리가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표현되었고, 동네와 공원의 정다운 풍경은 산뜻한 수채화로 되살아났다. 보기만 해도 절로 밖으로 나가 걷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산책’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 유튜브, 스마트폰 게임, TV에 빠져 사는 요즘 아이들은 계절을 느끼며 걷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지를 잘 모른다. 그러니 산책을 하며 소리를 찾아 표현하는 놀이로 아이들을 설득해보자.
무턱대고 걸으며 자연을 느끼라고 하는 대신 함께 소리 산책 놀이를 하며 걸으면, 일단 재미가 있다. 재밌으면 하지 말래도 하려 하는 게 우리들 마음. 소리 산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눈앞의 좁은 화면에서 빠져나와 넓은 진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소리를 글로 배운 탓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귀뚤귀뚤’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남이 정해 놓은 대로 별 생각 없이 듣다 보니, 실제 소리가 어떤지도 모르고 들은 것을 표현하는 데도 서툴다.
소리 산책을 하며 어떤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귀 기울여 잘 듣자. 그리고 들은 소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 마음을 열고 선입견을 내려놓으면 자연스럽게 관찰력이 좋아져 잘 들린다. 그렇게 잘 들은 소리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창작 행위다. 우리는 모두 독창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뉴욕 타임스 편집장 출신의 폴 쇼워스. 어린이를 위한 과학 책 〈읽고 알자〉 시리즈를 비롯해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쓴 전문 작가다.
번역은 제26회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문혜진 시인이 맡았다. 몇 년 전부터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재밌게 소리 산책을 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 후에는 두 아들과 함께 읽고 직접 소리 산책을 하며 생동감 넘치는 의성어와 감정이 잘 살아나는 문장을 찾으려 고심했다. 그렇게 해서 감각 있는 우리말로 근사하게 소리 산책을 그려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