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우란분절을 겸한 베트남 전통명절

15~16일 울산 정토사서 베트남불자들 모여 특별법회

귀향해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가는 9월 15일 추석날, 울산과 그 인근 지역의 베트남 불자들은 그들만의 추석과 뒤늦은 부란절을 지내기 위해 울산 옥동의 정토사(주지 덕진 스님)로 모인다.

부란절은 우란분절의 베트남식 표현으로 돌아가신 분은 물론 살아계신 부모님들께 효도를 하는 어버이날을 겸한 베트남 전통 명절을 말한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행사는 명상, 독경, 참선, 다도, 대비주 기도 등으로 쉼 없이 이어진다. 20여명의 베트남불자들은 수행과 동시에 정토사에서 일손을 돕기도 하며 첫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템플스테이를 한다.

이튿날인 9월 16일은 좀 특별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새벽에 기상해 육근 참회정진을 한 뒤 오전 9시부터 정토사 삼천불전에서 이주 베트남인 신부 부탄하 씨와 베트남 노동자 응우웬 씨가 불교식 전통 혼례를 올린다. 각각 베트남 꽝닌성과 타잉호아성 출신인 이들은 경남 창원의 한 일터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와 이국땅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이어 오전 10시30분 부터 부란절 행사가 진행된다. 초청된 베트남 어르신 10명의 가슴에 장미꽃을 달아주고, 세족식과 감사의 포옹과 절 등을 하게 된다. 점심공양은 베트남 전통음식으로 준비된다.

베트남의 틱치진 스님의 법문과 수면힐링, 우란분절 효도 법회가 진행된 뒤 오후 4시에 행사가 마무리된다.

이미 완주 송광사에서도 진행됐던 이 행사는 주한베트남불자 원오도량의 울산지역 불자회가 주관한다. 이들은 지난 해 10월부터 울산 옥동의 정토사에서 매월 한차례 30여명의 불자들이 1박 2일 동안 정진하면서 고향사람들의 정을 나누는 정기법회를 열어왔다.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자문화권으로 설, 추석 등의 명절을 지낸다. 여기에 더해 불교명절인 우란분절을 대대적으로 봉행한다. 베트남에서는 이날이 어버이날이 된다. 살아계신 어버이에게 장미를 달아드리고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제사를 모신다. 이 기간 전후로 살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는 등 재계하며 지낸다.

정토사 주지 덕진 스님은 2007년부터 4년 간 울산 남구복지관장을 역임하면서 다문화가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해 말 베트남불자들이 법회장소를 제공해 달라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덕진 스님은 “이러한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이주민 불자들이 자국의 문화를 지키고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