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스님 기고] 현각 스님의 떠남을 아쉬워하며

귀의삼보하옵고,

현각 스님 그간 잘 지내셨지요. 소문을 통해 스님이 독일에서 포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스님과 저는 얼마간의 인연이 있었지요. 스님이 한국의 불자들에게 인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이곳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있는 도피안사 특별법회 초청 법사로 걸음을 하셨으니까요. 그러니까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으로 서울의 종이 값이 치솟을 무렵입니다. 물론, 저도 그 책을 사서는 댓바람에 읽었지요.

특히, 김포공항에 내릴 때 한국에 대한 스님의 남다른 감회, 우리의 애국가를 듣고 느낀 스님의 알 수 없는 심정, 또 자신이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을 들을 땐 단연 압권이었고 가슴이 뭉클했었지요.

덜 익은 생각이긴 하지만 스님의 등장을 통해 마치 우리 불교가 세계 제1일의 종교나 된 것처럼, 전 인류가 불교진리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환상의 기쁨에 젖기도 했었지요. 당시 스님은 우리 출가자들의 위상을 높인 또 하나의 존재감이기도 했어요. 그때 스님이 한국 불교 전반에 끼친 신선한 바람은 어느 고승 못지않게 컸어요. 스님이 외국인이었고, 세간의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스님의 생각이 올곧아서였어요.

그뒤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포교할 때도, 이번 스님의 '탈한국불교 변론'도 같은 맥락을 이루고 있어요. 전 스님의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스님의 심정을 백 번 이해하면서도 텅빈 동굴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공허를 느끼게 됩니다.

인간사, 매사에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우리 불교계도 그늘이 있으면 햇볕 쨍쨍한 양지도 있다고 봅니다. 그 양지에서 희망이 자라고 부처님 본래의 뜻이 발휘될 거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미래의 일이 아닌 단연 오늘의 일로 말입니다.

스님의 이번 '탈한국불교 변론'에는 한국 불교에 대한 애정이 크고 노파심이 간절하여 잠깐 양지의 이야기가 덮힌 것 같습니다. 전 끝까지 그렇게 이해하고 싶습니다. (스님의 지성을 믿으니까요.)

아무쪼록 현각 스님이 또 한 번 한국불교를 살려내는 거대불사를 짓는구나 애써 생각합니다. 도하,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스님의 선언을 엄숙한 심정으로 들으며, 저 같은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스님이니까 너끈히 하는구나 거듭 생각해 봅니다.

스님의 회상대로 스님은 아마,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가 맞는가 봅니다. 아니, 만해용운 스님의 환생후신인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일을 통해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불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든 짊어지려고 하는 스님의 충정을 다시 읽어서 입니다.

그러나 이제 터뜨려진 일, 기왕에 벌어진 스님의 결별선언에서 물러서지 말고,  다소 충격적인 이 일이 한국불교에  새로운 '신불교유신론'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재삼재사의 '신불교유신론'이 나오는 도화선이 됐으면 하고 바라고 싶습니다. 이에 고인의 흉회를 빌려 스님을 떠나보내는 이 몸의 심정에 대신 할까 합니다.

젊어서부터 돌아다녀 먼 길에 익숙하니
형악을 넘고 소상강 건너기 그 몇 번이던가
바야흐로 오늘 아침 고향 땅을 밟고 보니
길에서 보낸 세월 너무 길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네

아무쪼록 현각 스님,

세계인의 눈에 한국의 승복을 입은 모습으로 각인된 처음 모습에서 물러나지 말고, 지구 어디에 살든 법체 청안하시길 바랍니다. 숭산 큰스님께서도 스님을 바라보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스님의 간절한 염원대로 발전하고 탈바꿈 해 있을 한국불교로 꼭 귀향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우리들 눈에 익숙한 그 모습으로 말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어디에 살든 구국구세의 서원으로 인류구제를 자원자담합시다. 감사합니다.

불기2560년(2016) 7월 31일

반야바라밀다결사
보현대도량 청량도솔산 도피안사
시자 송암지원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