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의 현황과 미래, 청정한 종단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종단자정을 위한 불자모임(공동대표 김경호․김종규․우희종, 이하 불자모임)은 12월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1층 회의실에서 ‘조계종단의 문제점과 대안’이란 주제로 2차 세미나를 열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영국 연경정책연구소장이 ‘종단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본다’를, 정웅기 불시넷 운영위원장이 ‘청정한 종단 어떻게 성취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영국 소장 “범계승, 늦더라도 공개 참회”

그는 명나라 말과 당나라 태종 때의 일화, 고려 말 불교의 폐해를 들며 “부처님 당시부터 지금까지 승단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이가 나타났기에 승단이 유지돼 왔다”면서 사부대중이 문제를 포기․방관하지 않고 나서서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또 불교계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켜 세속성을 줄이면서 본연 불교로 회복할 것을 강조했던 고려 공민왕의 정책이 21세기 한국불교에 던지는 화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2월 11일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총무원 스님들과의 모임 직후 차기 총장 후보 사퇴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종단 권력이 대학의 적법한 인선과정에 개입해 종립 고등교육기관까지 흔들어대고 있다”고 밝혔다. 

정웅기 소장 “근본적 해결책 중요”

두 번째 발제자 정웅기 불시넷 운영위원장(사진)은 ‘청정한 종단 어떻게 성취되는가’란 주제 발표를 통해 “청정한 종단은 생활공동체와 포살, 대중공의 등 세 가지가 현대 사회에 맞게 잘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세 가지를 아우르는 근본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세간의 법체계를 불교에 변용한 수준인 종헌종법이 율장을 대체하면서 ‘상가’의 세 가지 조직 운영 원리는 급격히 사라지거나 쇠퇴했다”면서 “현대사회에 율장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청정한 승단이 유지되려면 수행생활의 점검을 위한 포살과 자자, 징벌의 문제까지 모든 것을 다뤘던 상가라는 기초공동체가 살아있어야 한다”면서 “현대에 공동체 토대가 급속히 와해되는데도 대책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부처님 재세 시 바라이 죄(사람을 죽이거나 깨달았다고 거짓말하거나 성적 교합을 하거나 공동체를 파괴한 죄) 외에는 쫓아내지 않았다면서 “죄에 따르는 처벌이 아니라 개선, 그리고 개선을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노력이 현대엔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삼비의 사례를 들며 “범계행위를 당사자가 인정하고 참회하는 것으로 대중들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승가의 화합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혼자 고아하게 떨어져 남을 손가락질 하며 사는 한 청정한 종단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면서 “진흙탕을 뒹굴며 지혜와 자비심으로 청정한 삶을 빚어내는 분이 많을수록 종단은 저절로 청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가는 수행승들이 생활을 이어가도록 보시를 베푸는 한편 머무르지 않고 청정한 일상을 영위하면서 불의와 부당함을 눈감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생길 경우 공동체에 책임을 묻되, 평화적으로 공정하게 대중공의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2월 15일 종단자정을 위한 불자모임 주최로 열린 조계종단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 

발제자들, 답변서 극명한 견해차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개별 질문과 상호 답변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이 오고갔다. 정웅기 위원장은 김영국 소장에게 종단의 상황이 나아졌는지 도리어 나빠지고 있는지 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서 부처님이라면 어찌했을지, 종단의 자정은 가능하다고 보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 소장은 “시대 상황과 기준의 변화에 따라 나빠졌을 수도 좋아졌을 수도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선하고 참회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뭘 잘못했느냐는 자세를 취할 땐 더 나빠진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부처님은 원론적으로 이 세상에 와 있다. 용산참사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도 부처님이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 있는 분도 부처님”이라면서 “내가 잘 살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수행이고 보살행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국 소장은 정웅기 위원장에게 “개인 문제가 아닌 공동체 얘기를 하는 맥락이 오로지 다른 사람이 업을 만들었지만 나는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 같다”면서 “이는 겸손을 가장한 뻔뻔함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김 소장은 코삼비의 사례를 들며 재가불자는 분노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불자들은 화나는 마음으로 자정을 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또 청정함에 대한 논의가 없으면 ‘청정함이 탈속이라는 비현실적인 결론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는데 적어도 도박이나 폭행 안 하는 승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정웅기 위원장은 “문제는 회피하면 안 되지만 개인 책임도 있기에 공동체가 견지해야 할 태도를 말한 것이었지 어떤 특정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스님들 주위엔 돕거나 유지시키는 재가불자들이 있다. 스님만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돌아볼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앞서간 유럽이나 미국 기독교를 보면 알 수 있듯 성직자와 신도를 이분법적 다루는 종교는 전망이 없다”면서 “재가자는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평등하게 참여해서 수행한다. 출․재가를 나눠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객석에서 정웅기 위원장에게 코삼비의 제자들처럼 공양거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정 위원장은 “공양거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며 주체적 열정과 의지가 잘 모이는 게 더 중요하다. 충분히 논의하고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했다. 또 청중에서 종단의 지원을 받지 않고 적극적 비판과 감시를 할 수 있는 재가단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자 정 위원장은 “불교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에 등록된 단체들이 스스로 비판해야 할 일에 비판을 안 한 적이 없었다”면서 독립적 재가 모임, 적극적 비판 필요하지만 어떤 자세로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