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반야심경」 읽기>(세창미디어)는 금강대 불교학과 최기표 교수가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새롭게 해설한 책이다.

<금강경>은 매우 짧은 분량이지만 여기에는 동서와 고금을 관통할 수 있는 깊고도 지혜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라는 유명한 구절로 대표되는 이 경전의 핵심은 보살도를 행할 때 가져야 할 마음자세와 실천방법을 밝히는 것이다.

 
보살은 중생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헌신한다. 하지만 내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는 생각이 없다. 그러한 보살들이 충만한 세계를 불국토라 하고 이러한 세계를 이루기 위한 이론과 실천 방법을 설하고 있는 것이 <반야심경>과 <금강경>이다.

 
세상은 본래 구별되어 있지 않고 하나이다. 하나의 몸을 두고 심장이나 뇌를 ‘나’라 하고 다른 신체 부분을 ‘남’이라 하여 차별할 수 없듯이 세상은 본래 나누어지지 않는 한 몸이다. 이를 ‘무상(無相)의 실상(實相)’이라 하고 최 교수는 ‘무경계의 실상’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세계의 실상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는 경전이 <반야심경>이다. 때문에 <금강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야심경>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저자가 두 경전을 함께 해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실상을 설하고 있는 <반야심경>과 <금강경>을 언어 자체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언어를 매개로 해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허상임을 자각하고 수행을 통해 직접 실상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경전은 본래 선정삼매가 수반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깊은 사유를 행한 독자가 '무경계의 실상'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보살도의 실천에 나서게 되어야 비로소 이 책들의 존재의 이유가 온전히 실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독자에게 위로를 보낸다.

“언어에 얽매어 세상을 분리된 것으로 보는 세계관, 나와 남을 나누어보는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내가 원인이 된 문제를 다른 것에 책임을 돌리려는 이기적 태도는 자연의 진리와 부합하지 않고 세상의 평화도, 개인적 행복도 얻을 수 없다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두 경전을 읽는데 투자한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254쪽,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