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다솔사 조실을 하면서 1960년부터 우리 차를 일으켜 전국화시킨 스님이다. 오늘날, 한국다도회(1977)에서 한국차인회(1979)를 거쳐 사단법인 한국차인연합회로 나아가는 차계의 지주였던 분이기도 하다.

그는 15해 가까이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차에 대해 공부를 했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자신만의 차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효당은 자신이 만든 차를 반야차라고 불렀다. 효당이 정식으로 쓴 이름은 ‘반야로’였다.

효당 최범술 스님. 사진=강순형 차연구가 제공

그러나 효당의 제다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효당차 제다법에 대해 여기저기 글들이 보이고 들리나 모두 산발인데다 들쭉날쭉해 한 목소리가 없다. 더구나 효당이 직접 쓴 책 <한국의 다도>(1975. 11)에도 정작, 자기 제다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효당 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차와 제다가 화개와 보성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와 경상도의 그 대표자들은 아다시피 오랜 고찰과 응송, 의제 효당 나아가서는 이한영 등인데, 그들의 제다법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무슨 위대한 비법인양 감춰져 있다.

이런 와중에 효당차의 제다법이 발굴됐다. 차 연구가 강순형 선생의 노고 덕이다. 강순형 선생은 효당의 입실제자였던 서화가 추전 김화수 선생의 소개로 그 존재조차 잊혀졌던 효당차 제다꾼 이기생 씨를 그가 살고 있는 사천 곤양 물고뱅이골을 찾아가 만났다. 그리고는 효당차에 얽힌 이야기와 상세한 제다법을 차문화 잡지 <차와 문화>(발행인 남정숙) 11·12월호에 특별기고 ‘강순형의 효당차’라는 제목의 글로 공개했다. 이 글은 차계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차인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이기생(73). 그는 다솔사에서 젊음을 보내고 낙향해 살고 있는, 효당이 ‘이 처사’라고 부른 효당차 제다꾼이다. 18세에 다솔사에 발을 들인 그는 그해 봄부터 효당의 지도로 차밭을 가꾸고 차를 만들었다. 강순형 선생에 따르면 효당과 함께 절을 나올 때까지 무려 20해 동안 효당차는 오직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차와 문화>를 통해 강순형 선생이 밝힌 효당차의 제다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첫차는, 차싹잎이 (2~)3잎 때 맑은 이른 아침부터 딴다. 놉(아주머니 일꾼)은 2~3명으로, 세 소쿠리쯤(3킬로그램)-100그램 6통 분량쯤 따지게 된다.

2. 오후 느지막(4시쯤)에, 정재(淨齋=부엌-요사채인 안심료의 공양간)의 무쇠가마솥(깊이 25, 안너비 80센티미터쯤)에 솔장작으로 끓은 물이 숨 죽으면(80~90도), 대소쿠리(바구니=광주리) 째로 하나씩 담구어 주걱으로 뒤적여 퍼뜩(얼릉=얼른) 소쿠리째 꺼낸다-숨 죽이는 것.

3. 바로, 삿자리를 깐 마루에 널어 물기를 뺀다. 물기를 가시는 것으로-이슬만 깨는 것.

4. 꾸덕꾸덕 해지면 이를 거두어, 뜨뜻한 가마솥에 양만큼 나눠 넣어 1킬로그램-(100그램 2통분량쯤) 덖고 비빈다. 잘 털어가면서 하며, 끝에 가서는 불을 낮춘다. 시간이 걸리는 데, 1시간쯤 간다.

5. 덖고 비빈 세 소쿠리 양 모두를 한 베보자기에 잘 싸, 보자기가 안잠길 만큼 물 부은 가마솥 안에 가지나무를 걸치고, 보자기를 올리고는 솥뚜껑을 닫아 볼 때어, 한 짐(김)만 살짝 나면 얼른 꺼낸다.-진내기 위해 살큼 띄우는 것-오래 지면 노화되서 안 된다.

6. 다시, 뜨뜻한 가마솥에 나누어 넣어 잘 털어가며, 피어서 슬슬 비비며 덖어 말린다. 잘 털어가면서 계속하며, 끝에 가서는 마찬가지로 불을 낮춘다. 시간 걸리는 데, 또한 1시간쯤이다.

7. 이제, 고운 삿자리나 (삼)베천 깨끗이 깔아놓은-불 땐 뜨거운 방(안심료)으로 가져가 털어 넌다. 더불어, (살살) 비비며(시아게 삼아) 꼼꼼하게 털어주고 뒤집어줘 가면서, 차가 새카맣게 되어가는 걸 보며 바짝 몰(말)린다.

8. 잘 말라진 차를 뚜껑있는 용기단지에 담아 갈무리하고, 한지 바른 우유(깡)통에 나눠 담아 사용(선물 등)한다. -반야로차.

강순형 선생은 “덖은 차를 보자기에 싸, 살짝찌는 과정은 다른 제다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며 흥미로워했다. 강순형 선생은 그 까닭을 제다가(製茶家) 다광도연 선생의 말을 빌어 “차색도 기르고 카페인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순형 선생은 효당차의 맛과 빛에 대해 이기생 처사의 말을 빌어 “푸른 빛이 살짝 도는 놀짱(노란기 도는) 색이며, 맛은 텁텁하고 단맛 돌며 순하다”고 소개했다.

강순형 선생은 “제다과정과 제품의 잘잘못을 떠나 전통과 문화의 모습이 올곧게 알려지고 간직되어야, 우리 차의 역사가 이어지고 지켜지며 정착되는 것”이라며 “효당차는 효당차로서의 의미와 그 제다법을 바로 알아 그대로 만들어지고 지켜져야, 차를 기리는 다양성의 (차)전통이고 (차)문화이며 (차)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차에 없는, 데치는 살청과 다시 보자기에 찌는 효당차 제다법의 특징은 우리차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좋고 나쁜 게 아닌, 이런 (제다)차 자체가 있었다는 게 중요하고, 이런 것들이 이어지는 게 문화요 역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