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세계 인권선언기념일과 발을 맞춰 ‘티베트 자유(Free Tibet)’를 호소하며 소신공양한 티베트인의 숫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어제(12월 9일)까지만 해도 95명이던 것이 하루 새 5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 내에서 티베트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12월 1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일인시위에 나섰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과 대사관을 둘러싼 경찰들과 함께였다.

김은신 씨가 중국대사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오후 2시, ‘누가 티벳인들을 죽이는가’라는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를 하는 김은신 씨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듣는 이 없는 노래를 부르는 김 씨에게 일인시위에 나선 이유를 물었다.

“불교도로서 티베트 독립을 주창하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티베트인들은 매일 아침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길 바란다’는 기도를 합니다. 그런 그들이 자기가 가진 중 가장 귀한 것인 목숨을 버리면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우리가 독립을 위해 일했듯이 말입니다.” 자신을 불교 신자라고 밝힌 김 씨는 “불교도로서 티베트 문제를 방관하고 방조한다면 어떻게 ‘자비’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얼마 후에는 서울 명동에서 티베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티베트인 민수 씨도 일인시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달아 이어지는 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에 대한 생각을 묻자 민수 씨의 유창한 한국말이 쏟아졌다. 중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민수 씨는 사태의 책임이 더 이상 중국만이 아닌 ‘평화와 인권을 말하는 전 세계의 모두’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수 씨는 “분신을 한 사람의 숫자가 100명을 넘었는데 세계는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티베트인들이 모두 분신자살을 하거나 중국이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까? 그래야만 이슈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울분을 토했다. “온몸에 불이 붙은 티베트인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뛰어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티베트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주며 분신자살을 할지언정 외부에는 어떤 폭력도 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것이 ‘테러’라고 말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민수 씨의 얼굴에서 짙은 슬픔에 배어났다.

민수 씨는 “앞으로도 수많은 티베트인들의 죽음이 예고됐다”고 경고하며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UN과 같은 국제평화기구들,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티베트 국기를 두른 일인시위자 위로 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이날 일인시위에 참가한 ‘더 티벳 미러’ 운영자 룽타 씨는 “어제는 17세 소녀가 분신을 하는 등 소신공양을 하는 티베트인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하루 이틀 사이 분신이 이어지는 등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고 전하며 “단순히 몸 표면에 불을 붙이는 분신에서 인화성 물질을 삼키는 등 사망률을 높이는 극단적인 분신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맞서 자치와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 하더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세계인권선언 64주년 기념하는 ‘몫 없는 자들의 목소리’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한 이들의 시위에 ‘주최’는 없다고 했다. 그저 자유로운 티베트를 염원하는 이들의 걸음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이어졌을 뿐이라고.

기승을 부리는 맹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사람들은 ‘봄’의 존재를 잊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믿고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