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지난 7월 초 강원도 양양 휴휴암에서 한국교수불자연합회가 주최한 ‘21세기 사회의 지향과 불교’ 주제의 세미나에서 윤세원 교수(인천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발표했다. 2012 한국교수불자대회 기간 중에 열린 이 세미나에서 윤세원교수는 ‘선출공직 진출후보자 선택의 불교적 기준’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 눈길을 끌었다.

이 논문의 내용은 오는 12월에 실시될 대선과 관련하여 매우 시사적인 의미를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보의 종교가 무엇이냐 등과 같이 불자들이 막연하거나 편향적인 기준에 의해 지지 후보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최적의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중심 주제다. 윤 교수의 이 논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을 타고 공론화되면서 매우 시의적절하며, 정치의 계절을 맞는 불자들에게 매유 유용한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논문에서 윤 교수는 “불교적인 현실인식 틀인 사성제의 논법에 따르고, 이러한 세상인식 방법은 정치현상에 대해서도 원용과 변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문제가 있는 세상과 문제가 해결된 세상이 있지만, 이 둘은 상호 분리되어 있는 실체가 아니라 원인과 결과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세계는 고･집의 세계이고, 문제가 해결된 혹은 해결해야 할 세계는 멸･도의 세계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정치현상은 고･집에 해당되는 것이고, 불교가 제시하는 정치적 이상은 멸･도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여기서 수행에 8정도가 필요한 것처럼 정치적 이상의 실천에도 적절한 방법이 필요하게 되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논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논문에서 윤 교수는 불교의 통치자에 대한 윤리적 가르침을 변용하여 ‘선출공직 진출후보자 선택의 불교적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륜성왕을 꼭 ‘왕’이라는 개념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치자의 권력이 하위 단위로 분산된 사실을 감안한다면 ‘국가원수’로 한정지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통치자에 대한 명칭 역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통치행위 역시 제도화된 다양한 통로와 레벨로 분화되었다“며 ”따라서 통치자로서의 최적 자질을 각급 선출직 공직자의 최적 자질로까지 확장시키고, 그리고 이 자질을 갖춘 통치자의 위치에 위임 혹은 분산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선출 공직자가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불교의 경전들에 나오는 불교용어 가운데에서 좋은 통치자의 개념들을 내포하고 있는 ‘칠보’, <전륜성왕사자후경>과 <증일아함경>에 설해져 있는 ‘국왕의 10선덕’, <장부경전>과 <대반열반경>에 있는 ‘7불퇴법’ 등을 오늘날에 맞는 의미로 재해석해 불교도들의 선택기준으로 제시했다.

윤 교수는 칠보를 ▲통치의 내용에 의하여 통치권의 정당성이 확립되는 통치자 ▲투명성과 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통치자 ▲도덕적 비열함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통치자 ▲도덕적인 행위를 솔선수범하는 통치자 ▲도덕적 정당성을 현실적 정당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가진 통치자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윤 교수는 이어 <전륜성왕사자후경>의 핵심요지를 ▲왕권의 세습은 단순히 혈통만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고 ▲통치자의 일차적인 직무는 백성들로 하여금 오계를 지키게 하여 도덕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며 ▲도덕적인 사회의 건설은 경제적 안정으로 이루어는 것이며고 ▲사회문제의 해결이나 죄악의 근절은 경제적 조건의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처벌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윤 교수는 이어 “<증일아함경>에 제시되어 있는 국왕의 10선덕은 ‘힘의 비공공적 행사’를 억제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통치행위는 공공성과 도덕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5계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7불퇴법’에 대해 ▲공공정신 ▲관습과 전통을 존중하는 지혜 ▲여성과 이방인에 대한 예절에 맞는 행동으로 암시된 도덕성 ▲규율 경건한 신앙심 등을 상징화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비록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하여 지위를 얻은 선출직 공직자라 하더라도 그들의 권력행사가 공공적인 영역 내에서 공적인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행사되면,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는 성격의 것이라는 점을 경전적 근거를 통해 분명히 한 것이다.

윤 교수는 “비록 지위획득과정에서는 절차상의 정통성이 확보된 권력일지라도 그 권력이 반정치적으로 행사될 경우, 그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은 정치권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모든 권력은 그것의 획득과 유지 및 행사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당성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결론적으로 새 정치지도자(대통령 후보)에 대한 불교적 검증은 첫째 선출과정과 통치행위자체의 정당성, 둘째 투명성과 공공성, 셋째 경제운용능력과 기본적인 복지, 넷째 도덕적 행위의 솔선수범, 다섯째 정책의 추진능력과 지혜, 여섯째 힘의 비공공적 행사 억제능력, 일곱째 공동체의 전통과 관습 그리고 문화적 유산존중의 태토, 여덟째 약자에 대한 보호, 아홉째 약속과 규율에 대한 존중심 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 교수는 “불교의 정치적 가르침은 공공성을 상실한 권력에 대한 강력한 도덕적 견제책이었고, 통치자의 타락에 대한 윤리적 예방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며 “오늘날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사전 예방의 가능성이 유권자들의 손에 주어졌으며, 때문에 선출공직 진출 희망 후보자들에 대한 더욱 엄격한 선택기준이 필요하고, 이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실천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