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는 말


단계별로 깨달음의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그 단계 모두에 대해 깨달음의 과정적 내용이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음으로 “나는 이제 깨달았다”등으로 착각하거나 사람을 속이려고 퍼뜨리는 애매함은 전혀 없을 줄 믿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 종교에서 “깨달음, 깨달음”이라고 나름대로 말하고들 있지만 이 깨달음의 내용까지는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부처님의 말씀대로 그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테라와다 불교의 빨리어 경전에만 깨달음의 내용이 명확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의 내용을 지식적으로 아는 것 일지라도 깨달음은 불가능한 꿈같은 요원한 이야기가 아니라 최초의 한걸음으로부터 서서히 열어갈 수 있는 길인 것을 압니다. 또, 단번에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은 없고 우선 발밑으로부터 한 걸음씩 진행하면, 진리가 드러나기 때문에 힘이 솟아오릅니다.

이와 같이 불법을 지식으로 배우는 것 자체가 깨달음의 제일보인 법수행의 일부라고 자신에게 타일러 보시기 바랍니다. 내용에 조금의 잘못이 있어도 여러 수행 도반들 모두 헤매지 않고 깨달음에의 길을 걸어 갈 수 있길 바랍니다.

더하여 우리들이 현학적으로 ―자기도 알지 못하고 전하는 바에 의하여- 깨달음을 하나의 결과물로 상정하고 본문에서와 같은 세세밀밀한 과정은 나 몰라라 팽개친 뒤 그 깨달음이라는 결과물만을 극히 애매하고 모호하게 얻기 위해서 애 닳아 하지 않았나를 되돌아 봐야 합니다.

필자는 결론적인 견해로, “깨달음이란 번뇌가 소진된 상태”라고 단적으로 설파해왔습니다. 그것은 본문의 과정에서와 같이 법수행과 신수행을 통한, ‘지혜’와 ‘정견’ 이라는 과정지를 몰라라하고 얽매일 수 없음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난 후입니다. 모든 수행은 번뇌 망상이 지배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남이니 이 또한 간결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는 성급함의 무지(無知)가 우리를 지배하지 않았나 하는 점을 우리불자들은 돌이켜봐야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지혜’와 ‘정견’이 완성되면 깨달음은 자연히 찾아오는 이치일 뿐입니다. 우리의 한 살이의 일생도 나고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과정’일 뿐입니다. 죽음이 생의 끝이 아님은 붓다의 12연기 공부에서도, ‘업식의 윤회’라는 가르침에서도 우리는 명료하게 알았듯이 깨달음 역시 모든 공부와 수행공덕의 결과로 오는 상태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깨달으면 끝이다?” 아니지요. 그러한 견해로 혹자는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다”라고 하면서 본질을 왜곡하는 이가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깨달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한다면, 극히 단편적인 견해임을 알게 됩니다.

깨달음의 다음이 부처님 가르침의 알갱이입니다. ‘완전한 행복’, ‘지고의 행복’, 즉‘열반(Nibbana)’의 실현을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불교는 지혜의 종교도, 깨달음의 종교도 아닌, 나아가 ‘열반의 종교’라 하는 것입니다.

다음 생애에 복가(福家)에 태어나고 더는 색계나 무색계인 범천이나(Deva―world―하늘나라) 한국불교의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극락에 왕생하기 위한 종교가 아닙니다. 지긋지긋한 윤회의 고통을 완전하게 벗어나기를 목표로 하는 열반의 종교임을 다시 한 번 새겨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수행→지혜와 정견의 완성→깨달음→열반”이라는 도식(圖式)이 설정된 이 가르침에서 지혜와 정견을 얻기까지의 수행과정이 중요하고 범부중생의 근기에 따라 그 소요시간의 장단(長短)이 있겠으나, 그 두 가지가 완성되면 바로이어 깨달음이요, 깨달음에 이르면 지체 없이 열반이 오는 것입니다.

동시성(同時性)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법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이 이 뜻이기도 합니다. 이정도 닦고 닦아 지혜를 완성했으니 머지않은 장래에 ―1년 뒤에는 깨달음이 오겠지, 깨달음에 이르러 2~3년 있으면 열반을 성취하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하 사띠 파타나 수타(Maha Sati Pathana Sutta, 알아차림의 확립을 위대한 경전―4념처경, 대념처경)의 맨 마지막 절구의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한 보증’의 말씀 중 “이 수행을 7년간만 하면, 아니 6년, 5년, 4년, 3년, 2년, 1년 간만 하면, 아니 7개월, 6, 5, 4, 3, 2, 1개월만 하면, 아니 한 달, 보름, 아니 1주일만 제대로 하게 되면 앉은 자리에서 최고의 지혜(아라한)을 얻거나 아직도 집착이 조금 남아 있다면 돌아오지 않는 님(불환과)의 지혜와 과위를 얻으리라!”고 분명하게 밝히셨습니다. 7년부터 7일까지의 시간의 장단은 수행하시는 분의 집중의 강도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선근공덕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자, 지금 시작하십시오! 열심히 수행하시어 모두모두 도(道)와 과(果)를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Sadhu! Sadhu! Sadhu!  -끝-

                                                  도이/ 약수원 연방죽 선원 상임법사


*그동안 집필해주신 도이 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부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