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의 끝은 있는가? 로 시작된 달라이라마법문은 몸과 마음을 떠난 나는 불교에 없고, 자궁수정체로서의 나는 부모의 결합,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생명체가 생길 때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을 것이고, 인류의 시작으로 변화되어 왔고, 깨어있는 의식은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찰라 찰라 변화된다. 그러므로 나의 시작은 없다. 또한 번뇌 망상과 부정적요소가 마음에서 사라졌을 때 청정한 마음자리가 드러난다. 즉, 나의 마지막도 없다고 하셨다.
아무 것도 없다는 데…!
그런데, 왜 나 뿐 만 아니라 이리 많은 세상 사람들이 이곳에 운집해 달라이라마를 관음화신 보듯 숭상, 경청하며, 가피를 바라는 걸까? 조금만 경청하면 불교의 정수를 수혈해 주시는 걸 알 수 있다.
‘보리도차제론’란 불교TV에서 가끔 들어보던 것인데, 티벳어로 ‘람림체모슈쇼’며 보리란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를, 청정수행이 깊어진 곳이고, 도(람)는 아뇩다라삼략삼보리를, 마음이 성장 되기 위한 적당한 변화 즉 원인과 조건이며, 차제(림)란 순서를, 어둠과 빛이 따로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빗겨 가면 빛이 나오듯, 마음의 허물이 없어지면 부처님의공성이 저절로 발현되듯, 점차적순서가 있으며, 체모슈쇼는 넓게 논한다는 것으로 “도 에 이르는 길” 이라고 말씀하셨다
막연했던 무상, 고, 무아의 이치를 바로 알아, 바른 수행으로 불법을 따르는 세상이 서방정토 극락세계이며, 무명을 없애기 위해 12연기를 확연히 알고, 궁극적 행복을 바라는 마음인 보리심을 증장시키는 6바라밀과 8정도수행이 성불의 종자라고 거듭 말씀하셨다.
절에 다니기 시작한 10년이나 지나 불자라고 스스로를 인정한 그 세월이며, 노보살들이 알려주는 ~~기도며, 108배, 사찰순례, 뜻도 모르며 외우던 천수경, 10만번 읽으면 무조건 좋다는 금강경 등등이 얽힌 타래를 풀 듯 “ 아 ! 그렇구나! ”를 법문 내내 읊조렸다.
정확한 앎이 바탕인 정견을 말씀하시고, 발보리심하여 자비심을 성장시키고 정념으로, 더욱 깊어진 수행인 정정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하셨다
마지막 날에 삼귀위, 공양, 참회, 수희찬탄, 청법, 열반에 들지 말기를 원함, 회향의 순으로 해서 관세음보살관정을 해주셨다.
청수를 받아 입과 정수리와 몸을 청정하게 하여, 스스로 관음보살의 화현으로 상구보리 화화중생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온 부처님의 가피를 한없이 뜨거운 눈물로 받아들였다.
50이 넘으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 해보기, 못 가본 곳 가보기, 배우고 싶은 것 시작하기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생각하던 그 시작점이 인도 이 곳 다람살라다.
후덥지근한 델리를 피해 한밤을 꼬박 버스로 12시간을 달려온 다람살라는 새벽이 밝아오면서 산천초목과 구불구불 산길, 초가을 맑은 하늘과 계곡아래 허옇게 보이는 갈대가 안정감을 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아랫길로 10여분 내려가니, 삼거리가 나오고, 동네어귀 평범한 촌집문 앞에서 아줌마들이 쭈그리고 앉아 빵과 만두를 파는 어설픈 모습이 그 옛날 우리의 모습 같았다.
쇠창살 여닫이문과 쪽문 안으로 달라이라마도 계시고 티베트 박물관도 있고 몇 천 명이 앉아서 법문 듣는 공간이 있는 남걀 사원이란 것을 업은 애기 삼년 찾듯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해서 한 시간이나 헤맨 후에 택시를 타고 다시 올라와서야 알았다.
작은 법당을 감싸고 마니차를 돌며 티베트인들의 기도가 이어지고 항상 붉은 가사의 티베트스님들의 경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법당내부에는 본존불 양옆으로 희고 푸른색 타라관음보살이, 천정 주위로는 탕카가 걸려있다. 그 사원 주위로 옴마니반메훔을 새긴 돌조각판과 경전을 새긴 색 헝겊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코라라는 순례길을 나 역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돌았다.
이번 가을 법문이 마지막 법문이고 내년 계획도 잡혀있지 않아서 열흘에 걸쳐서 하는 법문에 오는 외국인들이 무척 많았다. 9시를 조금 넘겨서 달라이 라마가 좌정하면 모두삼배를 하고 앉아 자신들의 언어로 통역해주는 것을 듣는다. 10시경에는 손바닥만 한 티벳 빵과 버터차를 나눠주고 달라이라마께서 공양게를 하면 우리도 따라하며 따끈한 차를 마신 후 1시간정도 법문은 이어지고, 오후에도 2시간정도 법문에 짜이 차도 돌려진다. 익숙하고 편안하고 재미있고 자유스런 분위기였다.
달라이라마존자님은 텔레비전에서 뵈어서인지 낯설지 않고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며 들어오시고 나가실 때 역시 합장으로 답해주시며, 불교용어를 정확하게 알아듣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는 데 힘 있는 음성이 앉아 듣는 나에게도 기운이 느껴졌다. 비파사나를 접하면서 불교수행의 핵심을 접했다면, 이번 법문은 그 수행의 필요성과 수행의 바탕이 무엇인지 수행의 완성에 다다를 수 있는 지를 확신 할 수 있게 해주셨다.
불교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어떤 수행을 하고 있는 지 말해보라고 할 때, 그저 여러 사람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고, 법당에 앉아있기보다 나를 좀 더 필요로 하는 데에서 몸으로 행하려한다고 답했던 나,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며, ‘더불어 함께’를 먼저 생각하며, 성불하기위해 인간 몸 받은 동안 청정수행의 습을 몸에 들게 해야겠다.
우리나라 보살들이 음으로 양으로 닦아놓은 선근을 정견의 지혜를 바탕으로 번뇌를 제거할 방법인 수행의 길에 들어서길 기도해본다. <김포시 거주 청신녀 강신호>
<편집자 주>
*이 원고는 월간 <불교와 문화> 11월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미디어붓다는 11월부터 '영험-가피'코너를 신설했습니다. 불자 여러분들이 신행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부처님의 가피와 신이한 영험담을 보내주시면 정성껏 게재하겠습니다. 부처님의 위없는 가피지묘력을 확신하고, 더 큰 신심으로 불국토 건설에 힘 있게 나설 수 있도록 불자 여러분의 참여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