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사회의 상생을 목표로 지난 20년간 불교적 주제어로 심리학·철학·사회학 등 불교학 외 인접 학문과 소통해 온 ‘밝은사람들연구소’(소장 박찬욱)는 11월 1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안국선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밝은 사람들 20권째 총서 『수행, 초탈인가 치유인가』 출간과 함께 『수행, 초탈인가 치유인가』를 주제로 ‘제24회 학술연찬회’를 오는 11월 29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국대학교 본관 남산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찬욱 소장과 함께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과 KAIST 명상과학연구소장 미산 스님,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이번 기획을 총괄한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은 “우리 불교가 사회와 상생 작용을 할 때 어떻게 이고득락에 도움을 줄 것인가 대중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고통을 변화시키고 행복을 증진시킬 것인가 거기에 초점을 맞춰 주제를 잡고 불교학 외에 인접 학문 중진학자와 소통을 통해 다각도에서 조망하면서 지금까지 해 왔다.”라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연찬회 좌장을 맡고 있는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주제에 대해 “이 책의 제목이 큰 주제를 불교에만 국한하지 않고 서양철학 심리학 근대 과학까지 다 걸쳐서 논의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초탈이냐 치유냐 둘 중에 어느 하나가 아니고 결국은 중도”라면서 “초탈인 면이 있고 치유인 면이 있고 초탈을 제대로 해야지 사실 치유가 되고 심신 안정 치유가 돼야 생사 문제를 해결하는 초탈도 가능하다라는 의미에서 이제 둘을 중도로 통합시키려는 그런 방향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 교수는 이번 총서와 연찬회가 “불교학과 철학, 종교학, 심리학, 명상과학이 한자리에 모여 수행을 논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서는 종교 담론의 새로운 융합 모델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찬회는 '수행, 초탈인가 치유인가'를 대주제로 초기불교, 선불교, 명상과학, 종교학, 심리학 등 5개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초기불교 분야에 정준영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수행(bhāvanā)과 명상(meditation)의 현대적 의미>에서는 초기 불교 수행과 심리치료 명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 간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선불교 분야에 월암 스님(한산사 용성선원장)은 <선의 수행과 깨달음>이라는 제목 하에 선(禪)은 우주와 인간의 궁극적 근원에 통달하는 생사해탈을 강조하고, 명상은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여 얻는 심신안정을 중시하므로 둘이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심신안정을 통해 견성성불과 생사해탈에 이르므로 추구되는 목적은 결국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불교&명상과학 분야에 미산 스님(KAIST 명상과학연구소장)과 엄성민 데이터리퍼브릭 대표는 <불교수행과 명상과학: 초탈과 치유의 메타 융복합적 통합>에서 전통 불교에서의 수행이 현대 명상에서의 치유와 어떤 방식으로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이고자,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와 선불교 그리고 한국 간화선의 핵심을 요약하고 그것이 현대 심리치료의 어떤 점과 상통하는지를 논한다.
▲종교학 분야에 성해영 교수(서울대 종교학과)의 <‘신성한 독서(lectio divina)’ 수행 전통의 통합적 이해>에서 서양에서의 명상의 흐름을 설명한 후 관상이 뜻하는 바 ‘신비적 합일’을 추구하는 인식론적 위상은 무엇인지, 또 그런 체험이 보편성을 가지는지, 그런 체험이 갖는 사회·윤리적 의미는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심리학 분야에 권석만 명예교수(서울대 심리학과)는 <구도적 수행의 심리학>의 글에서 존재의 의미와 삶의 목적을 알기 위해 인격적 성숙과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노력을 ‘구도적 수행’이라고 정의하고, 구도의 길은 결국 개인적 자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을 초개인적, 자아초월적 수준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장 미산 스님은 “밝은사람들의 시도로 유식·중관·대승윤리·선불교·티베트불교 등 다양한 불교 전통을 현대 학문과 연결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말하고 “심리치료와 명상이 치유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수행이 치유에 머무는 한계를 넘어야 한다”며 “이미 서양권에서도 명상이 치유의 범위에 머물러 초탈로 이어지지 못한 채 상업화된 문화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행에서 초탈과 치유는 위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이며, 이번 연구는 불교 수행의 본래 의미를 통합적으로 회복하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명상과 간화선의 차이에 대해 “명상은 흙탕물을 가만히 내려놓고 가라앉히는 것이라면, 간화선은 오히려 흙탕물을 일으켜 그 흙을 뽑아내는 수행 방법이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때 하는 것이 다르다”며 “간화선이라 하는 수행이 전제가 되지 않고서는 선명상이라 하는 말을 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명상도 간화선으로 이끌기 위한 중간 단계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명상이라고 하는 것이 불교를 알고 수행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사고를 이끌어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인류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간화선이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간화선 수행은 직접 체험을 통해서 느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에 깜짝 놀랄 수 있는 새로운 대긍정의 세계가 열린다. 대긍정의 시각은 개인의 변화를 넘어 인류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그렇기에 지도자일수록 간화선 수행을 해서 통찰력을 지니게 되면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나누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밝은사람들연구소는 올해 ‘수행, 초탈인가 치유인가’를 시작으로 2026년 ‘지관, 함께 하나 따로 닦나(가제)’, 2027년 ‘간화, 전통의 계승인가 창발적 혁신인가’(가제)를 주제로 “수행”에 대한 학술연찬회를 3년 연속해서 개최한다.
(오른쪽부터)김시열 도서출판 운주사 대표, 박찬욱 밝은 사람들 연구소장, 수불 스님, 미산 스님, 한자경 교수.(사진=미디어붓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