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희생하는 제사,
사람을 희생하는 제사,
나무봉을 던진 곳에 제단을 쌓는 제사,
승리의 축배를 드는 제사,
무차(無遮)의 제사는
많은 수고만 있을 뿐
공덕은 크지 않다.
산양과 양과 소 등을
희생하는 그러한 제사에
올바른 길을 가는 위대한 선인은
참여하지 않는다.
거창한 행사 없이 언제나
가문에서 대를 이어 내려온
산양과 소 등을
희생하지 않는 제사가 있다.
올바른 길을 가는 위대한 선인은
그러한 제사에 참여한다.
현자들은 살생이 없는 제사를 행하니
그 제사는 큰 공덕을 가져온다.
훌륭한 제사를 행하는 자에게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일은 없다.
살생이 없는 제사는 위대한 것
하늘사람조차 기뻐한다.
- 전재성 님 옮김
(ⓒ장명확)
광인(狂人)들이 국정을 농단했던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으로 해괴한 일을 많이도 목격했다. 해괴한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다행히 민주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빛의 혁명으로 내란일 일으킨 수괴를 비롯해 내란세력을 척결하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냈다. 내란의 수괴를 탄핵해 끌어내리고 새로운 민주정권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세워내는 저력을 내외에 보여주었다. 전 세계는 이와 같은 대한국민의 놀라운 민주주의 복원력에 찬탄과 부러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K팝, K문학, K푸드, K드라마 등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 시리즈에 ‘K 민주주의’가 추가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아무려나, 국정농단의 핵심 당사자 부부가 보여준 온갖 해괴한 광기들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무속과 관련된 숱한 사례들일 것이다. 그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괴기스럽게 다가온 것은 이른바 건아무개 법사라고 불리는 자가 행했던,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칼로 벗겨내는 끔찍한 의식이었다. 그 행사가 굿판인지, 제사의식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그 광경을 담은 영상이 티브이를 통해 방영됨으로써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더구나 그 끔찍한 의식을 집행하는 자가 ‘법사’라는 불교에서 사용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살생’을 제일 계율로 삼고 있는 불교계로서는 졸지에 추정하기 어려운 이미지 추락을 당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부처님은 제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을까? 부처님이 제시한 좋은 제사와 나쁜 제사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 이번 시는 제사에 대한 부처님의 관점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시는 <앙굿따라니까야> 4:39 ‘웃자야의 경(Ujjayasutta)’에 등장한다. 브라만 웃자야가 이 세상과 저 내세에 모두 이익이 되는 것에 대해 물었는데, 물음 가운데 ‘존자 고따마께서는 제사를 칭송하십니까?’라는 브라만 웃자야의 질문에 설법과 시로써 답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사를 다 칭송하지는 않는다’는다면서 예컨대 제사를 위해 소를 죽이고 양, 염소, 닭, 돼지 등 여러 생명을 죽인다면, 그런 제사는 칭송하지 않는다고 단언하신다. 이유는 살생을 포함하는 제사이고, 이런 제사는 거룩한 님이나 거룩한 길을 가는 님은 거부한다고 설명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반면 살생을 여읜 제사를 거룩한 님이나 거룩한 길을 가는 님은 환영한다고 답변하신다. 그러고 나서 답변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읊은 것이다.
따라서 불자라면 가능한 제사음식으로 고기 등은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비록 직접 잡지는 않았지만, 고기의 수요가 많을수록 희생되는 동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의식이라니!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망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자들이 국정농단 우두머리 부부와 긴밀한 관계였고, 이런저런 조언을 했으니 국가에 망조가 들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부처님께서 이 시에서, 올바른 길을 가는 위대한 선인은 살생이 없는 제사에 참여하고, 현자들은 살생이 없는 제사를 행하며, 이어 이런 제사야말로 큰 공덕을 가져온다고 강조하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살생이 없는 제사를 위대한 것, 하늘사람조차 기뻐하는 것이라는 극찬을 하고 있기도 하다.
- 시구 ‘승리의 축배를 드는 제사’는 일종의 환각제인 쏘마 즙을 받치는 제사를 말한다.
- 시구 ‘위대한 선인’은 지혜로운 자를 뜻한다.
- 시구 ‘대를 이어 내려온’은 정례적으로 행하던 음식의 공양을 그대로 베푼다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