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나무 하나 없던 민둥산인 김해 봉화산 정상에 호미를 든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다. 당시는 6‧25라는 동족상잔을 겪은 직후라 국민소득은 60달러에 불과했으며 불교계는 비구대처간 내부 분규에 휩싸여 중생들을 교화하기는 커녕 불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던 시기였다. 이러한 때에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관세음보살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관세음보살이 직접 현신한 것은 아니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중심으로 불교학도 31명이 관세음보살의 중생구제 원력을 실천하고자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하고 봉화산 정상에 봉안한 것이다.

학생들은 심신개발, 사회개발, 경제개발, 사상개발의 원력을 세우고 민족 생존 도구인 호미를 든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했다. 50년 전은 이렇다 할 장비도 없는 상황이라 정상으로 관세음보살상을 옮기기 위해 학생들은 3미터가 넘는 보살상을 직접 등에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으로 봉화산 정상에 관세음보살이 우뚝 섰다.

관세음보살의 가피가 발현된 것인지 학생들의 염원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봉안 이듬해인 1960년에는 4‧19가 일어났으며 이후 격동과 전환을 맞으며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됐다.

호미든 보살 조성에는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특이한 인연도 있다. 봉안식이 있던 4월 5일 봉하부락의 중학생들이 봉화산을 찾아 나무를 심는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으로 나무심기에 동참한 학생 중에서 훗날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렇듯 온갖 새파를 맞으며 중생구제의 원력을 갖고 봉화산 정상에 굳건히 서있는 호미든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한지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봉화산 정토원(원장 선진규)은 호미든 관세음보살상 봉안 50주년을 맞이해 세미나, 기념법회 등 행사를 마련했다. 정토원은 기념행사 준비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위원장에 중앙신도회 손안식 상임부회장을 임명했다.

선진규 원장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했던 봉안 당시의 취지를 상기하고 불교의 나아갈 길과 의의를 재조명하고자 기념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세미나는 3월 20일 불교방송국에서 개최되며 원각불교사상연구원 권기종 원장이 ‘노동과 생산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발표하고, 동국대불교학과 이봉춘 교수가 ‘호미든 관음상 봉안의 의의’를,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정병조 교수가 ‘실천불교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발표한다.

주제발표 후에는 권오현 전 불교방송 전무, 동국대 불교학과 고영섭 교수, 불교문학 장봉호 편집위원장, 동국대부속여중 김형중 교법사가 참여해 토론을 벌인다.

식목일인 4월 5일은 호미든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한 날로 봉화산 정토원에서 기념대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준비위원회는 세미나와 기념법회를 비롯해 포교용 책자 『불타의 삼대선언』을 발간했으며, 기념 시 낭송회도 함께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