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더울 때 직사광선을 맞으며, 추울 땐 칼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새벽 4시 반, 학생과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하고 그들이 오기 전에 몸을 숨기는, 유령처럼 살아왔던 그들이 마침내 ‘아프다’, ‘괴롭다’는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5월 23일 대학 청소 노동자들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초청해 ‘노동자와 함께하는 동사섭 법회’를 열고 공양을 대접했다. 이 자리에는 대학의 청소, 경비, 주차, 시설 노동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법회의 증명법사로 나선 청화 스님(전 조계종 교육원장, 사진)은 “인간은 누구나 다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에너지를 무엇을 위해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것”이라며 “에너지를 가장 고귀하고 바르고 선한 것에 사용하도록 선택하는 것,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법문했다.
청화 스님은 또 “인간이 가진 사랑과 능력은 무한한 것으로, 어렵고 곤란한 때일수록 사람다운 기백과 용기를 펼쳐야 진정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며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부처님 오신 날 기념 노동자 초청 동사섭 법회에는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과 대학 청소 노동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대학이 직접 노동자들을 고용해달라는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요구가 이뤄지기를, 또한 욕심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 노동자 대표는 “그간 그른 것을 그르다고 얘기하지 못하고 올바른 세상인 양 살아왔지만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우치고 ‘우리도 인간이다’고 소리치는 노동자로 거듭났다”며 “스님들이 소외받고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해줘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