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최초의 표준의례 ‘한글 반야심경’을 공포한 조계종 의례위원회가 이번에는 ‘한글 천수경’을 통한 한글 의례문 저변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 스님)과 의례위원회(위원장 인묵 스님)는 10월 29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글 의례문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한글 천수경 안을 시연하고 종도들과 의견을 나눴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주경 스님(의례실무위원)은 “한글 천수경 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8년 11월 이미 포교원 주최의 ‘한글 천수경 및 예불문 공청회’가 열렸으며 이 때 한글 천수경 번역본을 제출한 바 있다”며 2008년 한글 천수경 포교원본과 2012년 10월 새롭게 완성한 한글 천수경 의례위원회본을 비교·소개했다.

이번에 의례위원회에서 내놓은 한글 천수경은 △가능한 쉬운 우리말 사용 △의식에 부합하도록 가사 텍스트와 음악 의례의 종합 추구 △원뜻, 공능, 맥락 고려 △대구로 쓰인 경우 대구에 알맞게 사용 △3음보와 4음보는 원뜻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사용 △신심을 고양시키는 방향 △피동과 사역을 지양하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방향으로 번역 △잘못된 의례구조는 법도에 맞게 바꿔 사용하는 것을 번역원칙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4편의 7언 절구로 이뤄진 계수문을 4 4 5조 4음보의 4개 절구로, 기존에 4 4 4조 3음보로 구성했던 십악참회를 4 4 5 조 3음보로 번역하는 등 뜻을 분명하게 하고 운율을 맞춤으로써 암기와 독송에 편리한 한글 천수경으로 번역됐다고 주경 스님은 소개했다.

주경 스님은 또 의례위원회의 한글 천수경 번역본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으로 △‘참제업장십이존불’과 ‘십악참회’의 독송여부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산스크리트어 원어 독송을 제시하며 종도들의 의견을 물었다.

‘한글 천수경, 음악적 구조 정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혜일 스님(불찬범음연구소장)은 한글 천수경의 선율과 운곡의 기준점으로 △기존 한역 천수경의 운곡을 최대한 살려 적용할 것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보다 쉽게 운곡할 것 △종교적 가치가 배가되도록 엄숙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음높이와 속도를 정할 것을 제안했다. 혜일 스님은 또 “한글 의례문의 완성에는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며 뜻을 같이하는 우리의 변치 않는 신심과 의지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 앞서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은 “한글 의식을 보급하고 포교에 활용했던 흔적은 있지만 사부대중의 관심과 힘이 실리지 않아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미흡했다”며 “근래에 와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우리말로 의식을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좋은 한글 의례문이 탄생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