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국 비구니 승가의 수행·교육·계율의 토대를 닦은 세주당 묘엄 스님(1932~2011)의 삶과 사상을 집대성한 『묘엄평전』이 부처님 전에 봉정됐다.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 스님)는 12월 26일 경내 대적광전에서 사부대중 4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묘엄 스님 원적 14주기 추모다례재 및 『묘엄평전』 봉정식을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 등 종단 안팎의 스님들과 신도들이 참석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에서 “묘엄 스님께서는 한 평생 청정계율을 근본으로 삼아 한 생각, 한 걸음도 흐트러짐 없이 수행자의 본분을 온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라며 “그 삶이 이미 한 편의 경전이었기에 오늘 우리가 스님을 추모한다”고 밝혔다. 이어 “『묘엄평전』은 특정 시대를 넘어 승가가 늘 되새겨야 할 불변의 경책이자 한국불교 수행정신의 한 전범”이라고 평가했다.

평전간행위원장 진상 스님은 “일제강점기와 전쟁, 봉암사 결사와 불교정화라는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건너며 비구니 강백과 율사로서 교육과 계율의 기틀을 세운 은사 스님의 삶을 총체적으로 담은 평전을 봉정하게 됐다”며 “후학들에게 스님의 숨결과 수행 원력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엄평전』은 박원자 작가가 집필하고 조계종출판사가 펴냈으며, 묘엄 스님의 출가 인연부터 선·교·율 삼학을 회통한 수행 세계, 봉녕사 강원과 금강율원 설립을 통한 비구니 승가 교육 체계 확립의 과정 등을 방대한 자료 조사와 증언을 통해 정리했다.

묘엄 스님은 14세에 출가해 청담·성철·자운·운허·경봉 스님 등 당대 선지식들로부터 수학했으며, 한국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사로서 계율 전승과 교육에 평생을 바쳤다. 특히 봉암사 결사에 비구니로는 유일하게 동참하며 대중공동체 수행의 모범을 보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편 봉정식 이후에는 묘엄불교문화상 시상식과 세주묘엄 장학금 수여식이 이어졌다. 올해 문화상은 전영숙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울산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천도 스님)가 수상했으며, 수행과 학업에 정진 중인 학인 스님 16명에게 총 4000여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사진=대한불교조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