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일의 보협인탑
 

국립 전주박물관은 중국 절강성의 소주박물관과 특별 결연관계를 맺고 있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은 892년 무진주 (광주)에서 오월국에 사신을 파견한다. 서기 900년에는 도읍을 완산주로 옮겨 후백제 건국을 선포하고 오월왕으로부터 후백제왕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멸망하고 송나라가 들어서는 960년까지 다섯 왕조가 들어서고 열개의 지방정권이 생겨났다. 이때를 역사에서는 오대십국시대로 부른다. 후백제와 교류한 오월국은 지금의 절강성에서 전류가 건국하였다. 오월국은 항주와 소주를 기반으로 5대를 이어가며 70년간 지속되었다.

오월국의 모든 왕들은 불교를 높이 받들어 동남불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월국의 부유한 재물은 월주요의 청자를 수출해서 얻어진 것이다. 후백제로 전해진 월주요의 청자기술은 고려에 전해져 고려청자로 열매를 맺게 된다. 항주의 뇌봉탑. 소주의 호구탑.동양 중흥사탑 등이 모두 오월국의 왕들이 불심으로 이룩한 문화유산들이다.

오대 십국지도 오른편에 강남불국 오월국이다
 

오월국의 마지막왕은 전홍숙이다. 그는 왕위에 오르기 전 반란군을 진압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 전공으로 왕이 되었지만 그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병을 얻어 큰 고통을 받았다.

그때 한 스님이 말하였다.

“무력으로 온 세상을 정복하고 불법으로 천하를 다스린 위대한 통치자 아쇼카대왕을 따르면 악몽과 몸의 병이 없어지고 나라는 태평성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홍숙이 물었다.

“아쇼카대왕을 따르는 길이 무엇인가?” 

스님이 대답하였다.

“팔만사천 개의 탑을 세우고 탑 안에 복장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같은 보협인다라니를 모신다.

불탑이 완성되면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꽃과 향을 바쳐 공양한다.

보협인 다라니를 모신 불탑을 보협인탑이라 부른다.”

오월왕 전홍숙은 스님의 말을 듣고 국왕의 권력과 불심으로 금. 은. 동. 나무를 이용한 팔만사천 보협인탑을 건립하였다. 엄청난 불사를 통하여 오월국의 목판 인쇄술과 공예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었다.

일본의 불교사원에 있는 보협인탑이다. 일본사찰에서는 보협인탑을 많이 볼 수 있다.

보협인탑의 신앙은 한국과 일본에도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전시대를 통해서 보협인탑이 가장 많이 조성되었다. 동국대학교 박물관에는 천안지역 사지에서 출토된 보협인탑이 있다.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불탑의 형태로 유일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국보 제209호로 지정되었다.

절강성을 중심으로 남방불국을 건설했던 오월국 충의왕 전홍숙이 살생의 업을 참회하고자 팔만사천탑을 세웠다. 인도의 전륜성왕으로 추앙받는 아쇼카왕이 팔만사천 탑을 세웠듯이 오월국 충의왕도 팔만사천 탑을 세웠다. 탑 안에 일체여래 전신사리 보협인진언을 봉안했기 때문에 보협인탑으로부른다.

대원사 극락전 본존불 복장유물에서 출현한 보협인 다라니경
 

한국에는 동국대 박물관에 보협인탑이 소장되어 있다. 대원사 극락전 복장유물에서도 보협인 다라니경이 나왔다. 옹정 3년 전라도 순천 송광사 53불탱, 팔상탱, 33조사탱, 16나한탱을 조성할 때 복장유물로 판각하여 경명주사로 찍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