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2025)년 9월 26일 조계사 극락전에서는 이 시대 설법제일 부루나존자라 존경받으며, 현대 한국불교 포교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고 추앙받는 ‘혜명당 무진장대종사 열반 12주기 다례재’가 무진장불교문화연구원 주최로 조촐하게 열렸다.
무진장스님은 평생 겨울에도 얇은 가사에 의지하며 절, 돈, 모자, 목도리, 내복, 장갑, 솜옷 등 일곱 가지를 갖지 않았다하여 칠무(七無)스님이라 불렸고, 청빈한 수행자의 표상이었다. 특히 재가자 불교교육을 위해 동산반야회를 설립하셨고, 중생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을 사명으로 포교에 전념했다. 포교는 교세의 확장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당부하셨던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불사(不死)의 북을 울려 일체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 일’이라며 전도선언(傳道宣言)의 실천으로서 교학을 중심으로 일반인 누구나 불교의 정수를 알기 쉽게 풀어 진리의 길로 인도하였다.
이날 함께한 대중들은 하나같이 “스님께서 가신 지 12년, 우리들의 귓가에는 여전히 사자후가 성성한데 오늘의 다례재 뿐만 아니라 정작 위패를 모실 곳마저 마땅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서 “무진장스님께서는 불교 안에서 포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셨고, 상좌이신 진관스님은 거리로 나가서 사회의 불합리와 모순을 극복하는 일에 불교계를 대표하셨다. 두 분 모두 대승보살이시며 청빈한 수행자로서 불교역사에 기록 될 만큼 큰일을 하셨다. 그런데 한 분은 돌아가시고, 또 한 분은 살아계신 지금 거처할 곳조차 없으시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 불교계가 새삼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죽비로 간단한 의식을 마쳤다. 이어 문도를 대표해서 인사에 나선 진관 스님은 오늘은 무진장 대종사를 증명으로 모시고, 진관, 명안, 남륜 스님 등이 법문을 함으로써 무진장의 영산회상에 열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못난 상좌가 민주화운동 하느라 은사스님을 잘 모시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정보부로부터 감시를 당하시는 등 고초를 겪었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삼론종 총무원장 남륜 스님은 “무진장 대종사님의 법화경법문은 수행의 길라잡이가 되었고 그 덕분에 법화경전공자의 길을 걷고 있다”며 추모의 마음을 표했다.
(사진=무진장불교문화연구원)
여래종 총무원장 명안 스님은 7~90년대 무진장 대종사님을 모시고 성남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었고, 그것을 계기로 평생 법사로 모시고 살고 있다는 인연을 소개로 법문을 시작했다.
“무진장스님의 가르침인 여래사상은 여래종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체중생은 모두 보살이고, 보살행을 통해 여래임을 깨닫게 된다”는 무진장대종사의 말씀을 전했다.
이외에도 성안선원 선원장 법주 스님, 은산 스님, 진행을 맡은 범상 스님, 동산반야회 관계자들과 스님께 지도를 받았던 각지의 재가불자들이 함께했다.
다례재를 마치고 진관 스님은 지난 10주기 때 연극대본으로 만들어 놓은 대종사님의 일대기가 무대에 올라 많은 대중들과 함께했으면 하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대종사님의 유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신도님들께서 나누어 보관했고, 일부는 조계사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갔다. 현재 상태로는 행방이 묘연한 유품들이 많은데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인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은사스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