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는 데 사전의 역할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불교공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불교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의 정리는 사실상 불교공부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불자들에게 사전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에 해당된다. 불교는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가르침(Teaching)을 중시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한국불교에서는 어느 순간 가르침보다는 영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험 또한 종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결코 그 본질은 아니다.

불자들이 불서를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질병처럼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교출판사들에서는 많은 책을 펴내고 있다. 한국불교 안에서 성장한 필자보다는 주로 외국의 불서를 번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책을 내는 그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일반 불서도 그렇거늘, 하물며 사전이랴!

최근 잇따라 출간된 사전 2권. <현대 한영 불교용어사전>과 <불교공부사전>

최근 두 권의 사전이 잇따라 출간됐다.

먼저 한 권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종매 스님이 지은 <현대 한영 불교용어사전>(도서출판 푸른향기)이다. 이 사전에는 간결하고 쉽게 풀이한 2,800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21세기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초석의 일환으로 다국적 언어로 된 불교용어사전이다. 종매 스님은 현재 캘리포니아 주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종교학과 교수로 있는 학승이다. 방대한 불교용어를 2,800 단어로 집약하여 한글, 한문, 범어, 영어로 쉽게 풀이하였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거나 일상적인 용어는 과감히 버리고 불교를 이해하는데 기본적인 지침이 되어주는 불교 용어만을 선별하여 쉽고 간결하게 풀이했다.

이 책은 특히 해외포교에 뜻을 둔 승려와 한국불교에 관심있는 외국인, 그리고 불교공부를 하고자 하는 불자는 물론 마음공부에 관심있는 일반불자들에게도 요긴한 책이다. 전체 642쪽 28,000원.

또 한 권의 눈길을 끄는 불교사전은 <불교공부사전>(운주사)이다. 불교사전과 불교입문서(학습서)의 융합을 시도한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은 표제어에 대한 통합적 구성과 평이한 서술로 불교 입문자들이나 불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전 겸 불교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일반 사전과는 다르다. 즉 불교를 공부하다가 모르거나 궁금한 항목이 나오면 찾아보는 불교사전의 단순한 역할에 머물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사전과 불교입문서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저자 곽철환 선생의 저서 중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공불교사전>과 <불교길라잡이>를 융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선 표제어 선정에서 일반 사전들처럼 표제어의 수에 얽매이지 않았다. 교학적이거나 세세한 표제어를 배제하고 불교를 처음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불교입문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표제어들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

또한 그 설명에 있어서, 딱딱한 사전식 서술을 탈피하였다. 즉 표제어에 대해 그 어원이나 용례 등 교학적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불교 입문자들이 별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절제되고 걸러진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읽는 사전’을 꿈꾼다. 404쪽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