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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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변화를 나타내는 품(現變品第二)

그때 바라나시성 안의 아구리 장자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보칭(寶稱,타타)이고 나이는 스물네 살이었다.

그는 기묘하게도 유리로 만든 신발을 신고 태어났으므로, 부모가 그것을 귀하고 특이하게 여겨 보칭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보칭은 따로 마련해 준 집에서 추위와 더위에 따라 거처를 바꿔하면서 기녀들과 밤낮없이 즐겼다.

보칭은 어느 날 한밤중에 문득 깨어나 기녀들을 바라보니, 모두 죽어 있는 형상과 다름없었다. 피고름은 넘쳐흐르고, 사지의 뼈마디는 끊어져 있었으며, 집안의 온갖 도구들은 마치 무덤과 같았다.

그가 놀라 문으로 달려가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천지가 캄캄한데 작은 광명이 보여 그 빛을 따라 동쪽 성문으로 나가자 다시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광명은 사슴 동산을 비추고 있었다. 그가 빛을 찾아서 부처님께 나가게 되었는데, 높고 빛나는 부처님의 상호를 보고는 두려움이 그치고 미혹이 풀려 소리 높여 찬탄하였다.

“오랫동안 은혜와 사람의 감옥에 있으면서 명색(名色)이라는 형틀에 얽매어 있었습니다. 이제야 부처님께 달려왔는데 과연 해탈할 수 있겠는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여, 잘 왔도다. 이곳이야말로 근심이 없고 뭇 행이 끝나는 곳임을 알라.” 부처님께서 보칭을 위하여 법을 설하자 그는 청정한 법의 눈을 얻고 사문이 되었다.

다음날 기녀들이 보칭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여 여기저기 찾아다니자, 장자는 보칭의 발자국을 따라 찾아가다가 사슴동산에 까지 이르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방편을 써서 부자(父子)가 서로 보이지 않게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장자와 보칭을 위하여 또 법을 설하셨다.
“나고 죽는 것은 어리석음 때문이다. 은혜와 사랑에는 이별이 있으니, 이십억의 악을 깨뜨려 버리면 수다원에 들게 됩니다.” 이에 보칭은 마음을 깨달아 곧 아라한이 되었으며, 부자는 서로를 볼 수 있었지만 은혜와 사랑은 엷어졌다.

이에 장자는 기뻐하며 물러나 앉으며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오늘 마음이 즐겁습니다. 두 가지 기쁜 일이 있으니, 첫째는 부처님을 만나 깨달았기에 기쁘고 둘째는 갈애를 여의어 유쾌하기에 기쁩니다,”

그때 사슴 동산 안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고 있었다.

그 무리 가운데서 단정한 여자가 춤을 주자, 모든 대중은 즐겁기가 한량없었다. 그런데 춤이 끝나기도 전에 여인이 갑자기 사라져, 대중은 기쁨을 잃고 당황하며 두려워하였다. 그곳에서 백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여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여인은 그들을 이끌어 부처님께 나가서는 갑자기 숨어 버렸다.

이에 사람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조금 전 한 여인이 함께 춤을 추다가 이리로 왔는데 고타마께서는 보셨는지요?”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잠시 자신들의 몸을 살펴보십시오. 남의 몸을 살펴서 무엇하려 합니까? 색욕은 덧없으며 만나면 이별이 있습니다. 마치 물거품과 같은 것인데 어리석은 이들은 그리워하고 집착합니다. 재앙은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것입니다. 몸이야말로 괴로움의 그릇이니, 중생은 모두 그와 같습니다.”
그러자 대중은 마음을 깨달아 사문이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모두에게 계율을 주시고 바른 진리로 인도하며 보여주시니, 모두가 아라한이 되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