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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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련

한 평짜리 정원이라도 좋다. 목련을 한 그루 고이 가꾸고 싶은 것은 뚝뚝 벌어지는 그 꽃이 하얀 연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련은 물에 나는 연과는 다르다. 연이 진흙 속에 자라는 데에 대해서 목련은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연이 초근류(草根類)에 속하는 데에 대해서 목련은 관목수(灌木樹)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목련은 왜 꽃만은 연꽃에 닮은 것을 피우는가.

부처님은 뭇 꽃 중에서도 특히 연꽃을 사랑하셨고, 연꽃 중에서도 하얀 연꽃을 귀히 여기셨다. 부처가 세상에 출현함은 바른 법을 설하기 위함이라고 설하시고 그것을 ‘하얀 연꽃’에 비유하고 계시는 것이다.

부처님이 이렇게 연꽃을 사랑하심은 연꽃이 더러운 진흙 속에 피면서도 그것에 더럽혀지지 않음이 마치 번뇌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에 더럽혀지지 않는 보살의 마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한 설화를 통해 “원한은 원한에 의해 종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절히 설하고 계시는 것이다.

사나운 노염으로 가해하는 자에 대해서도 끝없이 참을 것과 심지어는 그들을 부처님이 되실 분으로 여기고 상불경(常不輕)할 것을 권하고 계신다. 그러나 이러한 보살의 마음을 우리들이 과연 닮을 수가 있을까. 간지(奸智)와 악의와 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행해지는 더러운 세상에서 홀로 깨끗함을 지닐 수가 있을까. 악에는 악으로 선에는 선으로 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생리다. 그런데도 모든 경멸과 조소를 자기 홀로 감수하고 고요히 한 송이 꽃처럼 피어오르라는 말인가.

보살이나 부처님처럼 본래 심성이 굳은 종성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모른다. 그러나 한낱 범부로 태어나서 그런 마음을 지닌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번뇌 속에 있으면서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중생으로선 바라볼 수 없는 꿈이 아닐지는 모르겠다.

양옥집 담장 위로 화사하게 솟아오른 하얀 목련송이들이 그 밑으로 지나가는 내 눈길을 끈다. 목련에는 연꽃보다도 더 짙은 슬픔을 이긴 괴로움의 승화가 있는 것일까. 모든 번뇌를 말끔히 씻어 버리고, 나도 한 송이 목련처럼 피어오르고 싶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