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다리”를 건너 멀지 않은 언덕진 곳에서 맞은편 옥녀봉 줄기를 바라보면 두 눈을 부릅뜬 개구리 모양을 한 “개구리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는 그럴듯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온정리의 닭알바위 산 아래에 깊이 패인 우물이 하나 있었다. 이 우물 안에 10여 마리의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조로웠고 보는 세계란 우물 위의 동그랗게 보이는 푸른 하늘밖에 없었다. 늘 한 조각의 푸른 하늘만 보며 살아온 개구리들이 세상에 저들의 보금자리보다 더 훌륭한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물 안의 이 개구리 세계에는 큰 파문이 일어났다. 이날 아침 난데없이 한 마리의 까치가 날아와 앉더니 개구리들에게 우물 밖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까치는 일 년 사시절 백화만발한 강남의 꽃동산 이야기도 들려주었고 여름철에 온 천지가 눈과 얼음에 파묻혀 있는 북극의 회한한 설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으며 세상에 이름난 명승지도 빠짐없이 알려 주었다.

 

까치의 이야기는 들을수록 놀랍고 신비스러웠다. 우물 밖이라고는 동그란 하늘밖에 모르는 개구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모두 거짓말 같기도 하였다.

 

눈이 둥그레진 개구리들은 참다못해 중구난방으로 물었다. “그래 까치야, 너는 어디가 제일 좋던가?” 나이 어린 개구리가 눈알을 대굴거리면서 물었다.
“금강산이야, 너희들이 살고 이 금강산이야.”
“금강산?”
개구리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저들이 금강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금강산이 어떻게 생겼고 어찌하여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기“대표”를 금강산에 보내어 직접 보고 와야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까치는 개구들의 제의를 쾌히 승낙해 주었다. 체중도 크고 좌상벌 되는 개구리가 대표로 뽑히었다.

 

 

 

까치는 그 개구리를 등에 업고 온 누리를 날면서 세상구경을 다 시키고 나서 금강산의 한 골짜기에 내려놓았다. 세상천지를 돌아보며 어리둥절해졌던 개구리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금강산의 절승 경치에 더욱 놀랐다.

 

그래서 개구리는 자기 발로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옥녀봉 끝에 기어오르려니 숨이 차서 더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물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주어햐 할 무거운 책임을 느낀 개구리는 헐떡거리면서 한발 한발 올랐다.
“과연 앞에 어떤 경치가 펼쳐져 있어 까치가 그토록 금강산 자랑을 한 것인가?”

 

이런 호기심은 맥 빠진 개구리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었다. 죽을힘을 다 쓰면서 기어간 개구리는 한낮이 지나서야 겨우 옥녀봉 중턱의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마루에 올라선 순간 개구리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연 이 세상에 이런 희한한 곳도 있었단 말인가!” 깍아지른듯한 절벽, 바위를 그리 안고 푸르 싱싱 자란 낙낙 장송, 저 멀리 보이는 구용연은 또 얼마나 장쾌한가! 뽀얀 실안개 은하수를 이루고 철색 무지개가 곱게 늘어섰다. 계곡은 깊고 웅장한테 기암절벽에서는 폭포수 떨어지고 파란 소는 하늘보다 맑다.

 

개구리는 자꾸 봐도 또 보고 싶고 볼수록 더욱 아름다운 옥류동 구룡동 계곡의 이 자연미에 도취되어 발길을 뗄 줄 몰랐다. 동료들이 기다리는 우물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돌아갈 줄 모르던 개구리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냥 바위로 굳어지고 말았다.
옥녀봉 중턱에 있는 개구리바위는 이때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