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동 황양산 앞 골짜기에는 곰소라고 부르는 담소가 있다. 예로부터 이 담소에 곰이 자주  빠져 죽는 다고 하여 곰소라고 한다.

 

먼 옛날 이 곰소에서 곰이 빠져죽는 일이 가끔 있어 용소동에  올라왔던 사람들이 곰소에 빠져죽은 곰을 건져내는 뜻밖의 횡재를 하곤 하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횡재를 바라고 우정 곰소에 찾아오곤 하였다.

 

그리하여 용소동의 곰소는 활이나 창, 덫과 같은 사냥도구가 없이도 곰을 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널리 소문이 났다.

 

 

 

그러나 용소동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구하동 마을 사람들은 이런 소문을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용소동 골 안에 참나무들이 많아 도토리를 먹이로 살아가는 곰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지만 그것들이 아름다운 용소동의 담소에서 불쌍하게 빠져죽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고 담소에 빠져죽은 곰을 건져가는 사람들을 볼 때 더 가슴이 아팠다. 이런 사람들 속에 마음이 착하고 어진 한 초동이 있었다.

 

어느 해 가을 용소동 골 안으로 나무하러 오르내리다가 곰소에 빠져죽은 곰을 안타까이 바라보던 초동은 어찌하여 곰들이 곰소에 빠지는가를 알아보러 곰소우의 산봉우리들을 돌아보았다.

 

이때 마침 한 마리의 곰이 너럭바위 곁에 서 있는 참나무 주위에서 도토리를 주어 먹으며 이리저리 오가더니 참나무 밑에 이르러서는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앞발을 들어 드리운 참나무 가지의 도토리를 털어내려 하였으나 닿지 않자 이번에는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흔들어댔다.

 

그러자 가지에 달렸던 도토리들이 우박처럼 너럭바위 위에 떨어졌다. 도토리알들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다람쥐들이 숲속 여기저기에서 달려 나와 바위 위에 떨어진 도토리 알들을 물어나르기 시작했다. 이것을 내려다본 곰이 나무에서 내려와 다람쥐들을 쫓았으나 요리조리 피하면서 쉴 새 없이 물어 날랐다.

 

약이 바짝 오른 곰이 다람쥐들을 쫓느라고 빙글빙글 돌다가 너럭바위 위에서 미끄러져 육중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곰소와 있닿아 있는 경사진 벼랑으로 떨어져 내리었다.

 

 

 

이를 지켜보던 초동은 급히 곰소로 다가갔으나 벌써 곰소의 맑은 물은 반이나 붉은 피로 물어졌고 곰은 꼼짝도 못하였다. 초동은 곰을 끌어 내여 바위 위에 눕힌 다음 싸가지고 온 보리밥을 된장에 이겨 곰의 터진 부위에 붙여 주었다. 한동안 헐떡거리며 누워있던 곰은 피가 멎자 비칠거리며 일어나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곰이 곰소에 빠져죽는 까닭을 알게 된 초동은 다음날부터 곰이 미끄러져 내리지 않도록 너럭바위 위를 울통불통하게 까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여러 날 동안 도끼로 바위 위를 울통불통하게 까놓은 후부터 곰이 곰소에 빠져죽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 후  행여나  곰소에 빠져죽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 후 행여나 곰소에 빠져죽는 곰이 있지 않을까하여 올라와 보곤 하던 사람들이 헛물만 켰고 곰이 빠져죽지 않게 된 사연을 알고는 초동이에게 공연한 짓을 했다고 나무라기까지 하였다.

 

이때마다 초동은 그들에게 “우리 별금강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곰들이 불쌍하게 빠져죽는 담소가 있다는 것은 큰 허물이 아니겠소이까.”라고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기특한 마음을 가진 초동”이라고 칭찬하곤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곰소는 곰이 빠져죽는 담소가 아니라 마음씨 고운 초동이가 곰을 보호해준 소라는 뜻에서 계속 곰소라고 불러오고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