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들이 서울에서 전시 중이다.

김영갑 사진전 ‘십 년 만의 나들이-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展’으로 명명한 이번 전시회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지난 달 29일부터 시작되어 오는 9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아라아트센터 1, 2, 3층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성된 이번 대형 전시는 김영갑의 작품 활동 초기와 중기, 말기로 나뉘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2층에 전시된 199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의 작품은 두모악 갤러리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아라아트센터의 김영갑 사진전은 작가의 고집스러운 열정과 거친 제주를 사랑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에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 않아했던 김영갑 작가 생전의 뜻을 이어 전시된 사진에 어떤 해설도 하지 않는다.

김영갑 사진전의 수석 큐레이터 최원정 씨는 “척박한 땅 제주에서 당근을 뽑아 먹으면서 찍은 사진에 어떤 고집과 열정이 담겼는지 먼저 이해해 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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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1층에는 1980년대 말~1990년 대 초 작품은 김영갑이 컬러작업을 시작한 초기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시기의 화면 비율은 1: 1.5. 거칠고 고단한 섬 생활의 자취가 황량한 바람과 눈발 사이로 내비치고 있다. 눈에 비치는 대로의 단조로운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거친 바람이 부는 오름과 들판에서 빛나는 생명력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2층 전시장에는 1990년 대 중반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즈음에 이르러 김영갑 작가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화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사진의 화면을 가로로 확장해 1: 2 비율의 작품들을 찍어냈다. 사진을 담고 있는 액자의 나무, 한지 한 장에 작가의 혼이 묻어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96년 이후 찍은 작품들이 전시된 3층에는 김영갑 작가의 혼이 담겼다.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면서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카메라 앵글에 담아낸 사진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감동이다. 멀리 한라산이 굽어보는 가운데 출렁이는 제주의 오름과 들판의 아름다움을 태고의 적막이 가득한 분위기를 그대로 포착하기 위해 화면은 가로로 더 확장돼 1:3 비율의 파노라마사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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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작가(오른쪽 사진)는 어떤 사진 적인 기술도 더하지 않고, 오직 시간과 자연이 주는 색감에 의지해 사진을 찍었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면서 날씨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제주를 사랑했다. 자연 그대로를 가장 자연스럽게 담았기 때문에 김영갑 작가의 사진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도의 두모악 갤러리는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갤러리의 작품 모두를 내주었다. 때문에 이번 전시의 주제가 ‘십 년 만의 나들이’로 붙여졌다. 가장 제주다운 작가의, 가장 제주다운 사진전은 오는 9월 28일까지 열린다. 김영갑 작가 사진세계로의 여행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