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불교의 계율은 580년대에 백제에서 수용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중국승려 감진이 도일한 752년 이후는 당의 계율이 중심이 되어 일본불교가 전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불교에서 백제계율의 영향은 사라진 셈이다.

따라서 일본불교에서의 계율의 수용과 전개를 통해 백제 계율 및 신라 계율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본불교가 백제를 비롯한 삼국의 영향권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당나라 불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고찰하는 것도 일본불교에 대해 대책없는 우월감에 젖어 있는 한국불교계를 위해 유용한 시도다.

일본불교의 중국계율 수용과 중국불교에서의 계율 사상 비교를 통해 사상의 수용과 변용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 한국불교사찰에서의 민간종교의 습합현상을 조사한 후 그것이 일본불교의 신불습합과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에 관해 연구하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불교의 역사문화의 정체성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크게보기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김천학) HK연구센터는 5월 13일 오후 3시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일본 도쿄대학교 미노와 겐료(蓑輪 顕量, 사진) 교수를 초청 ‘일본불교에서의 계율의 수용과 전개’라는 주제로 강연회 및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회 및 워크숍은 일본 불교에서의 계율의 수용과 전개를 통해 백제 계율 및 신라 계율의 흔적을 찾아보고, 일본 불교의 중국 계율 수용과 중국 불교에서의 계율 사상 비교를 통해 사상의 수용과 변용의 문제, 또 한국불교사찰에서의 민간종교의 습합현상이 일본불교의 신불습합과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에 관해 살펴봄으로써 한국불교의 역사문화의 정체성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다.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학술행사는 계율의 문제를 통해 중국과 한반도의 불교가 변형되어 가는 과정을 탐구할 수 있으며, 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을 통해 불교의 역사문화적인 변용 모델을 찾아가는데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미노와 겐료 교수는 전통적인 계율과 대승의 등장으로 형성된 독자의 보살계가 어떻게 융합되어 동아시아 및 일본 불교계에 수용되었는지를 연구하는 학자다. 금강대가 미노와 겐료 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 뜻은 일본 만이 아니라 불교의 형성과 전개에 있어서 실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계율이 어떻게 동아시아 불교 속에서 수용되고 전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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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열린 금강대학교 HK연구센터 주최의 겐료 교수 초청 강연 모습.

특히 중세시대 나라에 등장하는 각세(覚盛), 에이손(叡尊) 등에 의한 계율의 부흥은 사이쵸가 있던 히에잔(比叡山)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보살계(菩薩戒)의 수계만으로 출가비구가 되는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번 초청강연을 통해 왜 일본에서 수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 지계(持戒)가 왜 소홀하게 다루어졌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 것도 의미가 있다.

한편,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는 지난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불교고전어, 고전문헌의 연구를 통해 본 문화의 형성과 변용 및 수용과정의 연구’란 주제로 선정되어 10년간에 걸쳐 약 80억 원을 수주하여 한국불교학의 인문학적 지평을 심화와 확대해가고 있으며, 이번 초청 강연회는 인문한국(HK)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8번째 초청 강연회다.

*미노와 겐료(蓑輪顕量) 교수는?

도쿄대학 인도철학불교학연구실 교수로, 도쿄대학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일본불교, 불교사상사를 전공했다. 미노와 겐료 교수의 연구분야는 불교승가를 지켜온 전통적인 계율과 대승의 등장으로 형성된 독자의 보살계가 어떻게 융합되어 일본의 불교계에 수용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또한 승려가 구체적으로 실천한 마음의 통제, 즉 止와 觀으로 불리는 명상이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세계에 어떻게 수용되고 전개되었는지를 탐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고대부터 중세에 걸친 변용을 중심으로 연구하면서 현대에의 적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