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란, 네비게이션의 준말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길을 모를 때가 참 많다. 길을 아는 것이 운전 실력의 반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이 발명되어 운전에서 길을 몰라 헤매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특히 복잡한 시내나 깊은 산골을 찾아갈 때, 주소를 찍어 안내대로 찾아가면 아주 편리하다.

네비게이션이 운전문화를 확 바꿔버린 것이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다보니 그만 길눈이 어두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가사가 뜨는 노래방이 생긴 이후 가사를 끝까지 외울 수 있는 노래가 사라진 것처럼, 모바일폰이 생긴 이후로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네비게이션도 길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네비게이션이 세상에, 그 어렵다는 수행 분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대로라면 수행으로 가는 길에 자동차의 길을 알려주듯 길라잡이가 나타난 것이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운전해 가면 되듯이,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하라는 수행의 멘토대로 수행만 하면 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크게보기불광출판사가 펴낸 ‘체험하며 따라가는’ 『명상 네비』라는 이름의 책인데, 여성수행자 강선희(선명화)씨가 그와 함께 수행을 하는 도반들의 체험과 지도했던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자광: 어제, 멈춤 호흡 할 때는 좀 더 힘든 것 외에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선명화: 현재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들은 일산화질소의 작용들입니다. 일산화질소는 기체성 확산조절자로 작동하는 활성산소이며, 메시지를 운반하는 물질로 공기방울 이동 같이 ‘획획’ 지나가거나 ‘찌르르’하며 바람처럼 지나가는 가스로서 온몸과 중추신경계를 흘러 다닌다고 합니다. 이 활성산소는 신경조절전달자로 작용하여 뇌를 보다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건강과 지혜를 계발하는데 놀라운 이점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이 책 123∼124P)

이 책은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명상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강선희 씨의 지도로 체계적인 명상수행을 통해 몸과 인생을 변화시킨 명상 카페 회원들의 100일 수행기를 통해 생생한 명상의 체험사례를 담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명상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책의 편저자 강선희씨는 2년 전 『체험으로 읽는 티벳 사자의 서』를 펴낸 이름난 불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명상 카페(cafe.daum.net/bardo2)에서 회원들이 직접 명상 수행을 하면서 써내려간 일기를 가려 뽑아 엮었다.

카페에 인터넷 접속을 하는 것으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다루었듯이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명상을 해 가는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상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또한 명상을 통해 좋지 못한 건강과 성적이 어떻게 건강해지고 밝아졌는지, 잘못된 습관에 휘말려 살다가 깨어있는 삶을 유지해 가는지 수행이 삶속에 녹아 스며드는 과정들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탁월한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는데 사용한 명상법을 보통사람들이 현실에 맞게 운용함으로써 환골탈태의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누구나 명상체험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저자는 자신있게 말한다. 교통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길치를 만들듯이, 수행자들에게 혹시라도 명상수행법을 너무 쉽게 알게함으로써 나타날지도 모를 어떤 부작용만 없다면, 이 책의 내용들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 될 것이다.

수행의 네비가, 그것도 스님이 아닌 한 우바이 수행자의 노력과 지도로 탄생한 것은 분명한 사건이다. 이 책은 또 재가불자들은 이 책을 통해 수행의 진미에 접하는 인연을 맺기를, 출가수행자들은 수행자들도 못한 일을 우바이 수행자가 해냈다는 점에서 각성을 촉구하는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