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불교의 대표적인 유적인 왕흥사지 영역이 인근 금강 살리기 준설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을 위기에 놓였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5월 27일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승인에 따라 왕흥사지 인근에서 금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준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왕흥사지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중요유적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2월 13일부터 3월 30일까지 문화재지표조사를 진행한 결과 ‘표본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결과에 따라 올해 1월 25일부터 3월 5일까지 백제문화연구원에 표본시굴조사를 의뢰했고 ‘저촉구간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문화재청도 사업을 승인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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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8일 민주당 4대강 특위 위원들과 현장을 둘러보고 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사업 승인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황 소장은 “왕흥사지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준설작업이 강행되면 왕흥사지에 대한 연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은 특히 “이 지역은 대백제전 당시 주차장 현상변경허가도 나지 않은 지역인데 준설작업은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알 수 없다”며 “더우기 준설작업장 일대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국회에서 문제가 됐던 기관에 맡겼는데, 과연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황소장과 함께 동행한 정범구, 김진애 의원은 백제의 대표적 불교유적인 왕흥사 일대가 훼손되는 것을 절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교계가 4대강 사업 저지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국가사적 반경 500m 안에서의 사업에 대해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승인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왕흥사지 인근에서만 준설작업이 이뤄지는 것 자체도 의심스럽고, 또한 사업 승인을 가능토록 한 문화재지표조사 결과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주차장 사업 승인 신청건과 관련, 당시 사업 예정지가 문화재구역이었기 때문에 사업 승인이 안 됐지만 준설작업장은 문화재영향검토구역이기 때문에 문화재위원회도 사업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황 소장은 “왕흥사지 주변지역 전체가 사적 경관에 들어가는 공간으로, 학술적 가치에 있어 별 차이도 없는 지역에서 허가 기준을 달리했다는 것은 문화재청이 원칙이 없다는 것”이라며 “왕흥사지 발굴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하고, 그 주변 일대는 다른 기관이 조사했는데 일관성이 있겠나. 문화재발굴의 기초가 안 돼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왕흥사지 입구에 조성된 준설토 적치장도 문제라고 황 소장은 지적했다. 황 소장은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나오는 준설토 적치장이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이르는데 문화재지표조사가 이뤄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준설작업장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는 했을지 몰라도 준설토 적치장에 대해선 이곳도 마찬가지로 문화재지표조사가 없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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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소장은 “문화재지표조사 없이 준설토를 적치할 경우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왕흥사지 관련 유물이 파손될 수도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준설토 적치장에 대한 확실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흥사지는 백제시대 왕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와 왕실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예불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며, 백제시대 목탑에서 최초로 사리기가 봉안된 사리장치가 확인되고 남북석축이 왕의 행차와 관련해 사찰 내로 통하는 진입로 기능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는 등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유적이다. 이 같은 가치 때문에 왕흥사지는 2001년 국가사적으로 승격·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