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만나는 혹은 경전에서 만나는 부처님은 항상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세상사에는 관심없다는 초연한 자세로 사바세계의 중생들에게 공과 인과의 이치를 설법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유학자들이나 슈펭글러와 같은 서구 학자들은 불교를 도피의 종교, 혹은 허무주의 사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데이비드 깔루빠나와 같은 “붓다는 2500년전 인도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사회적 변혁을 주창한 혁명가”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초기경전의 많은 부분에서는 붓다가 인도의 카스트제를 전면으로 부정하며 당시 정치적으로 격동기를 겪고 있던 북부 인도지방의 혼란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회지도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최근 출간된 동국대 박경준 교수의 『불교사회경제사상』은 개인적 깨달음의 영역이 아닌, 사회참여와 실천의 사상으로서 불교를 조망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박 교수의 박사논문과 학위취득 이후 발표된 학술논문들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필자의 지난 40년간의 주된 연구가 집약된 저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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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회경제사상』은 불교가 흥기할 당시 인도의 자연적, 정치적, 사회경제적 상황들로부터 시작해 아시아와 한국의 참여불교운동에 이르기까지 2500년간 불교라는 종교를 통해 제시된 사회사상과 경제사상, 또 이에 영향을 받은 사회참여운동 등을 조망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붓다의 모습은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인도해준 붓다의 모습이 아니라 인도 사회의 모순은 온몸으로 부딪히며 그 모순을 타파한 혁명가 붓다의 모습에 가깝다. 또한 붓다의 그같은 혁명 사상이 대승불교를 통해 불교 본연의 종교적 생명력을 회복하여 사회대중과 소통하고, 또 이것이 적극적인 실천불교 내지 참여불교로 이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 교수는 “불타의 교설을 한낱 화석화된 언어와 문자가 아니라 역사 현실 속에 살아숨쉬는 가르침으로 구현해가는 노력이야말로 불교 그 자체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라며 “불교에 입문한 후 지난 40년간 생사해탈을 꿈꾸는 실존적 자아와 공동체의 정의를 지향하는 사회적 자아의 갈등이 적지 않았고, 이 책은 그러한 ‘두 자아의 갈등과 화해’의 발자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