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찬주의 근작 소설 『소설 무소유』가 10만부를 돌파했다. 출판계가 오랜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불교관련서의 부진이 심각한 상태에서 불교소설이 10만부를 넘어선 것은 일종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불광의 『붓다브레인』이 이제 2만부 안팎을 기록한 것에 견주면 『소설 무소유』의 조용한 바람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출판사 열림원 측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라면 연말까지 15만부 돌파는 무난할 것 같다.

『소설 무소유』의 판매행진이 더욱 눈에 띠는 것은 법정 스님 입적을 전후에 우후죽순 격으로 출간됐던 법정 스님 관련서들 대부분이 맑고향기롭게 측의 출판기간 1년 연장조처와 함께 판매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점이다.

법정 스님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무소유』를 빼고는 다수의 책들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점을 볼 때, 『소설 무소유』의 약진은 이례적이다.

크게보기『소설 무소유』는 출간 이후 영풍과 교보 등 대형서점에서 소설 분야 판매순위 10위 이내를 벗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불교세가 강한 부산지역에서 『소설 무소유』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출간 이후 소설 1위를 붙박이로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전체 판매순위에서도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소설 무소유』가 이처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정찬주 소설가의 지명도와 필력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 불교소설, 특히 성철스님의 일생을 그린 『산은 산 물은 물』로 불교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의 세밀한 묘사와 표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져진 불교에 대한 내공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베스트셀러를 이뤄낸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는 독자들이 수상집을 중심으로 한 법정 스님의 책들은 많이 접했지만, 정작 법정 스님이 어떤 삶을 살다 가셨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갈증을 이 소설로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법정 스님의 생각과 철학을 에세이 저서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소설 무소유』를 통해 비로소 흩어졌던 구슬을 실에 꿰는 것과 같은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는 반응을 출판사와 작가에게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법정 스님의 생애를 실감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자칫 구태의연하기 쉬운 전기소설의 위험을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과 법정 스님의 뒤를 이어 길상사와 맑고향기롭게를 이끌고 있는 덕현 스님이 사전에 꼼꼼히 감수를 했고, 추천사를 썼을 정도로 탄탄한 짜임새를 통해 훌륭히 극복해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정찬수 작가는 “전국에서 『소설 무소유』를 읽은 독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이 소설로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알게 되어, 스님이 남긴 주옥같은 에세이에서 받았던 감동이 배가된다는 반응을 들을 땐 자부심도 생긴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정찬주 소설가의 집필처인 화순 쌍봉사앞 이불재(耳佛齋)를 방문하기도 하고, 책을 수십 권씩 사들고 와서 저자의 사인(Sign)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정찬주 소설가는 전했다.

교보문고에서 불교서적 판매대가 사라졌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는 시점에서 불심 깊은 작가의 스님을 주제로 한 소설이 조용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오랜 가뭄 속에서 샘 줄기를 찾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