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염불선으로 본 달마어록 강의집 『달마는 서쪽에서 오지 않았다』(비움과소통 펴냄)가 출간됐다. 이 책을 책임기획한 김성우 대표는 이 책을 ‘우리의 성품이 본래마음이자 부처요, 선(禪)임을 밝힌 참선 및 염불 수행자의 필독서’라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기복이 아닌 수행불교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책이란 뜻이다.

교계 기자생활 동안 줄곧 수행 전문기자로 이름났던 책임기획자 김성우 대표의 출판사 설립 이후 첫 작품이니 아무래도 예삿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염불선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염불선에 대한 이해가 있은 연후에야 이 책에서 자랑하고 있듯 ‘이 여름 달마대사가 우리 곁에 온 줄’을 알 수 있고 이 책이 ‘시대를 초월한 달마어록의 첫 강의록’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염불선이란 무엇인가. 염불선이란 ‘본래 나의 생각 이전의 자리, 즉 본래자리를 관(觀)하며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 지장보살과 여타 불보살의 명호를 염하는 것을 말한다. 염불선의 장점은 ’이뭣고‘라는 화두를 들어도 의심이 잘 되지 않아 득력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이도, 지속적인 염불정근으로 업을 녹이며 공부의 맛을 느낀 후 ’염불하는 이놈이 무엇인가?라는 의심을 챙기면 훨씬 수월하게 득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화두선보다 빨리 화두의심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염불선을 선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은, 이뭣고 화두에서 그냥 ‘이뭣고’가 화두가 아니라 ‘이뭣고 하는 그 당체를 여의지 않는 것이 활구이듯이, 염불하는 그 당체를 여의지 않고 염불할 때 염불선이 된다고 한다. 염불선 수행의 핵심요체는 내가 본래 부처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오던 정토염불이 아닌, 내 안의 부처님을 마음에 두고 염불하는 것이며, 진여당체에 마음이 끊어지지 않는 경지, 즉 오매일여의 경지에 이르면 삼매를 얻고 마침내 우주만유와 둘이 아닌 진여자성과 계합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 이런 염불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가운데, 달마어록을 읽은 것이 덕산스님의 신간 ‘달마는 서쪽에서 오지 않았다’이다. 마음을 관하는 이치와 방법을 설한 ‘관심론’과 참선공부를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지침을 설한 ‘혈맥론’, 이치와 행으로 도에 들어가는 요점을 설한 ‘이입사행론’을 염불선의 관점에서 읽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달마대사는 염불을 할 때 관상염불(觀相念佛)이나 칭명염불(稱名念佛)을 하면 극락을 갈 수 있지만 실상(實相)염불이 되지 않을 땐 깨닫기 어렵다고 말씀하십니다.…지장보살을 찾든 관음보살을 찾든 상관이 없습니다. 본래 모양이 없고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그 자리가 부처이기 때문에 마음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말이죠. 부처님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우리들 본래 마음자리입니다. 그 자리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 염불이나 진언, 화두로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이 좋습니다.”(P46∼47)

자상한 설명이다. 덕산 스님의 중생, 특히 화두선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재가불자들을 위한 자비로움의 발현일 것이다.

간화선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출가수행자나 바쁜 일상 속에서 수행할 여가가 없는 재가자들이 이 책을 통해 깨달음이 결코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라 차 마시고 밥 먹는 가운데 늘 함께 하는 것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김성우 책임기획자의 자신 있는 추천이 이 책을 열독하는 동안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 덕산 스님은?

1982년 출가득도했다. 참선정진 중에 만성 신부전증으로 거동조차 어려워진 후 염불수행을 시작했다. 1992년 염불선을 주창한 고승 청화 스님을 만나 본격적인 염불선 정진을 시작했다. 92년 8월부터 3000일 정진에 들어갔고 이때 오매일여를 이룬 후 본래의 성품인 자성미타를 확인했다. 염불선으로 공을 증득한 스님은 청화스님 이후 차세대 염불선의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청원 혜은사에서 염불과 참선의 장점을 결합한 염불선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