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중에서도 친한 종교들이 있다. 가톨릭-개신교, 불교-원불교처럼 계통이 같기 때문에, 혹은 한 지류에서 나왔기 때문인데, 가톨릭과 불교는 전혀 친하지 아닐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친한 종교이다. 여름 사찰수련회에 참가해보면 수녀들이나 가톨릭 신자들 상당수가 참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서슴없이 '나는 불교를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불교계 내부 사정 또한 비슷하다. 불교신자들이 호감을 갖는 종교는 오히려 원불교보다 가톨릭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될 정도로 가톨릭에 대한 이유모를(?) 호감을 불자들은 갖고 있다.

아무래도 그것은 가톨릭 신부님과 스님들이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톨릭과 불교는 출가 수행자 내지 독신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교단을 구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고, 청정 내지 청빈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정서를 느끼는 듯하다.

그런데 신부님들과 스님들은 정말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톨릭의 신부들의 수도규칙과 불교의 스님의 계율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크게보기종교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음직한 주제가 발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발표자는 다름 아닌 서명원 신부님. ‘불교를 전공하는 프랑스 신부’로 유명한 서명원(본명 세네갈) 교수가 가톨릭의 수도규칙과 불교의 승가계율을 비교분석한 논문을 6월 21일 동국대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제81차 월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서명원 교수는 “승가계율이 붓다가 깨닫고 난지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승가 구성원들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으면 안될 사건이 생겨남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규범을 제정하게 된 결과인 반면 수도규칙은 예수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300년 만에 생긴 것으로 기독교의 세속화에 대한 반개혁운동에서 나온 행동규범”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서 교수는 계율과 수도규칙의 공통점을 “철두철미한 일관성”이라고 지적했다. “불교 승가나 기독교 수도공동체가 깨달음을 향해서 사는데 계율이나 규칙을 통해서 제각기 자기 종교의 창시자인 붓다나 예수의 근본정신을 한결같이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또 “보통 사람들이 붓다나 예수처럼 진리를 끝까지 깨닫지 못하는 한, 수도자들은 과거나 미래와 옛 것과 새 것 사이에서 긴장을 겪으며 살 수밖에 없는데, 계율주의나 규칙주의의 한 극단과 기준도 없는 지나친 개방의 다른 극단 사이에서 중도를 취하여 고차적 자유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신부는 이어 “붓다나 예수와 같이 똑같이 깨달음을 얻음으로서 동체대비로 혹은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헌신적인 마음으로 살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승가계율과 수도규칙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명원 신부는 종교역사상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계속 자라다가 가지가 더욱 더 퍼짐으로서 서로 만나기 시작한, 깊이 뿌리 내리는 거대한 나무 두 그루”에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