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청정한 수행승들이 노후에 자신의 건강이나 경제를 걱정하게 만든다면 이는 한국불교의 제도적 실패이다. 또 10대와 20대의 젊은 세대가 불경이 난해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불교의식이 고루해 그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이것은 불교 지도자들의 실패이고 책임이다. 더 나아가 일본, 티벳, 남방불교에 비해 한국불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 이 또한 한국불교 지도자들의 실패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세워 승속이 서로 분업과 협업을 하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일사분란하게 추진해 나간다면, 지금까지의 실패는 쉽게 성공으로 전환될 것이다.”

서울대 박세일 교수가 한국불교의 개혁방안을 제시해 불교계 사부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불교학회의 초청으로 6월 19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한반도의 선진화와 불교의 선진화-불교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강연한 박세일 교수는 현재 종단과 사찰의 조직 운영을 비판하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개혁방향으로 교육제도의 개혁과 통치제도의 개혁, 두 가지 측면을 꼽았다.

불교교육제도 개혁하라

박 교수가 제시한 교육제도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불교만이 세속의 학문과 함께하는 불교교육을 시키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의 승가교육제도를 크게 개혁하지 않으면 21세기 새로운 불교, 선진불교를 이끌고 나갈 새로운 불교 리더십을 만들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불교대학과 승가대학의 교육제도에서 특히 세속의 학문에 대한 체계적 종합적 이해의 기회를 크게 높일 것, 불교대학과 승가대학 교육에 외국어, 외국역사 등을 포함하는 세계화 교육과 IT와 BT는 물론 첨단 과학기술교육을 포함하는 정보화교육을 대폭 강화시킬 것,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 것, 불교교육제도와 승가 자격제도를 연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사찰재정 신도에게 맡겨라”

또한 종단과 사찰의 운영 시스템을 ‘승려’ 중심에서 ‘승려와 신도’ 쌍방향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단과 사찰의 조직과 운영을 승과 속간의 일방적 수직적 통치 구조에서 쌍방적 수평적 협치 구조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우리 전통불교의 모든 제도는 산중생활을 하는 승려본위로 조직돼 왔고, 불교발전을 위한 일반신도의 참여는 대단히 제한적이었다. 불교의 통치구조를 이대로 두면 불교발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박 교수는 종단의 조직과 운영을 스님과 신도간의 수직적 협치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 살림을 신도 중에 그 분야의 전문가(전문경영인, 회계사 등)들에게 맡기라고 요구했다. 수행승은 수행에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지만 종단과 사찰 살림살이에는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우수한 전문인재들을 불교발전에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을 생산적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런 조직은 반드시 발전이 늦어지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승속간의 협치구조가 투명성과 설명력을 생명으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효율적이고 공정한 협치가 되어 공동체가 크게 발전하려면 반드시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어느 조직이든 투명하지 못하면 부패하기 시작하고 설명력이 없으면 야합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승속간의 협치구조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승속이 공유하는 불교발전의 ‘목표와 과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불교를 시대불교, 중생불교, 실천불교, 세계불교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중간목표와 과제들을 설정하고 그를 이루어낼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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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선진화의 5대 과제 제시

박 교수는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불교의 선진화가 반드시 같이 간다”고 주장하면서 불교 선진화의 5대 과제를 제시했다.

21세기는 상호의존의 시대이므로 관계성을 소중히 해중히 할 것, 대자유의 마음을 키워야 할 것, 중도와 원융을 배워야 할 것, 정체성 위기의 시대에 주체성을 바로 세울 것, 리더십 위기의 시대에 올바른 지도자를 키울 것 등이다.

이 시대의 수행법, 노동행선(勞動行禪)

박 교수는 “21세기 불국토 건설을 위한 재가불자들의 새로운 수행법은 노동행선(勞動行禪)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말하는 노동행선이란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하면서, 남성들이 직장노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학교공부를 하면서 자기가 지금 하는 그 노동에 모든 정성과 마음을 다 하는 수행법이다.

박 교수는 “나는 하는 일마다 불공 드리듯이 하면 이르는 곳마다 부처를 본다(事事佛供 處處佛像)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노동행선을 통해 재가불자들이 성불할 수 있고 그 결과 이 땅에 불국토가 완성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우리불교는 중도사상과 원융무애 사상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고 보현사상을 통해 새로운 국가 및 사회의 리더십을 세울 수 있고, 수은보은(受恩報恩)사상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모범국가로 만들 수 있다”며 “이 땅의 선진불교는 노동행선을 통하여 이 땅을 불국정토로, 선진대한민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로 강연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