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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오전 9시, 대구 2군사령부 군법당 호국무열사(주지 법사 김상래 대령)는 불자들의 발길로 부산했다. 법당 후원회의 손길, 김상래 법사의 발길은 정신없이 도량 구석구석을 오갔다.

호국무열사는 군법당 중에서는 규모가 크기로 익히 소문이 난 법당. 그러나 이곳을 찾는 불자들과 법사님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지난해엔 근사한 일주문과 포대화상상을 세워 도량의 사격을 한껏 올려놓더니, 이날에는 금강역사 석상 제막식과 법당 안에 관세음탱화의 봉안식을 함께 봉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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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탱화는 군법사 출신의 불모 김종섭 법사가 맡았다. 불모 김종섭 법사는 군법사 출신이라는 ‘죄’로 우리나라 군법당에 수많은 탱화를 보시한 숨은 공로자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든든한 군포교 후원자다.

2군사령부 참모장 등 군장성과 대구경북군불교진흥회 최영환 사무차장 등 군과 지역내 불자들, 군불교후원회 고문 이재성 회장과 인천대 김효율 교수 등 군포교의 막후 실력자들이 대거 동참한 이날 불사의 증명은 강릉 성원사에서 온 주경 스님이 맡았다. 주경 스님은 청화 스님의 법을 이은 제자로 최근 들어 부산, 서울 등 전국의 수많은 불자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 큰스님이다.

의미 있는 불사에 동참하기 위해 하루 전에 2군사령부에 도착한 주경 스님은 김상래 법사와 함께 관음탱화 봉안을 위한 사전 의례를 직접 지휘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젊은이에 대한 포교만이 불교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주경 스님의 소신은 이미 강릉의 어린이유치원 운영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오전 10시, 장병들이 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관음탱화 봉안법회가 시작됐다. 주경 스님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점안의식을 집전했다. 점안을 위한 붓을 들고 좌정한 주경 스님의 모습은 영락없는 점안삼매 그것이었다.

점안의식이 여법히 끝난 후 주경 스님의 법상에 올랐다.

아유일권경(我有一券經) 불인지묵성(不因紙墨成) 전개무일자(轉開無一字) 상방대광명(常放大光明)

나에게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종이와 먹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네./ 그 가르침은 한 글자도 없이 펼쳐지지만/ 부처님의 대광명은 항상 널리 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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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시절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 사구를 호국무열사 일주문의 현판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무량하다며 법문을 시작한 주경 스님은 도(道)에 대해 설명을 해나갔다.

“억천겁을 지나도 늘 지금의 이 마음, 만세에 뻗쳐나가도 늘 지금 이 마음, 이 마음이 정말로 소중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이 소중한 마음을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을 해놓은 것이 바로 도입니다. 그렇다면 도란 무엇인가? 어렵지 않습니다. ‘∼다운’ 것입니다. 도는 ‘∼다운’ 것이다 이 말입니다. 아내는 아내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장군은 장군답고, 사병은 사병다워야 합니다. 이 말은 무엇이냐, 바로 본분사(本分事)를 지키는 것이지요.”

주경 스님은 도 법문은 계속 이어졌다.

“도의 근본은 긍정하는 것입니다. 화엄경에 믿음은 도의 근본이고 공덕의 어머니라고 했지요. 긍정하는 것이 도의 근본임을 알아야 합니다. ‘제멸일체제의혹(除滅一切諸疑惑)’, 즉 여러 의혹을 일체 멸해 없애버리는 것이지요. 열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열반이란 것이 무슨 뜻입니까. 모든 것이 소멸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의혹을 없애고 긍정하면 도의 근본이고, 없어져 소멸하면 열반인 것이지요. 아공과 법공이 다 없어져야 성불입니다.”

사부대중은 주경 스님의 확신에 찬 법문에 몰입되어 갔다. 내 말이 틀리면 나는 발설지옥에 갈 것이라며 확신에 찬 자기소리를 하는 사자후에 목말랐던 대구의 불자들과 장병불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법문을 경청했다. 다소 소란하고 어수선한 군법당의 일상은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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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가 끝나고 주경 스님은 사진촬영을 원하는 불자들의 요청을 들어주느라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차실에 올라와 차를 마시는 도중에도 불자들이 줄지어 올라와 법을 묻고 상담을 하면서 모처럼 법음을 만끽했다.

김상래 주지법사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모든 불사가 여법히 회향된데 따른 안도감일 것이었다. 불모 김종섭 법사도, 시주를 한 후원회장의 얼굴에도 환희심이 가시지 않았다.

호국무열사 옆으로 나 있는 고모령 길의 가로수들은 비 내린 후의 청명함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