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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불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 그로 인해 끊이지 않는 총격사건이다. 미국의 교육이 실패했다는 진단을 받는 것도 이같은 사회불안이 계속 증폭돼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최근 불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학문명, 물질문명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불교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선을 통한 정신과 치료, 선호스피스, 불교생태운동이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에게 불교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종교가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대안사상이자 삶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

그렇다면 선불교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오히려 한국은 불교가 도처에 널려있는 상황임에도 현실생활에서 불교는 점점 더 괴리돼가고 있다. 불교가 삶의 일부가 아닌 종교로서 정형화한 까닭이다.

한편 최근 응용불교 파트에서는 불교의 역수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의학, 정신과학, 상담학 분야에서 서양인들이 이미 시도해본, 하지만 우리로서는 생소한 형태의 불교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런 트렌드에 합류한 새로운 분야가 있으니, 바로 '복지'이다. 최근 불교계는 불교의 생명사상과 현대인들의 삶을 접목시킨 다양한 불교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6월 12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개최한 ‘생태와 불교복지 세미나’는 오늘날 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생태를 불교복지의 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동안 불교계는 복지 분야의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복지관, 노인요양센터, 청소년수련센터 등을 위탁운영 내지 설립함으로써 그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불교복지는 제도화된 틀을 넘어서지 못한 채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같은 반성이 불교복지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생명위기 시대의 불교복지’를 발표한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정희 연구교수는 불교복지의 대안으로 생태와 복지를 접목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들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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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을 소개했다. Slow는 단순히 Fast의 반대가 아니라 환경, 자연, 시간, 계절을 존중하고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슬로시티의 슬로건은 한가롭게 거닐기, 듣기, 권태롭기, 꿈꾸기, 기다리기, 마음의 고향을 찾기, 글쓰기 등 아날로그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운동 결과 마을 전체 수익이 몇십배 늘어났고 고용률 100%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사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슬로시티 운동이 사찰을 중심으로, 명상이나 자연농 등과 결합한 ‘수행마을 슬로시티 운동’으로 발전해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밖에도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유통망인 생활협동조합 운동, 강명순 목사가 가정폭력 학대아동, 성 학대 피해 여자아동 등의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부스러기나눔선교회 등 복지와 생태가 결합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갈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 정규와 비정규, 여성과 남성,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삶의 질의 간격이 심화되고 있으며 현대인들에게 누적된 삶의 피곤함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기재, 즉 명상과 수행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불교계는 제도화된 불교복지의 틀을 넘어 이러한 대중의 욕구를 읽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국대 강사 장희정 씨는 사찰이 활용할 수 있는 대안교육의 한 방법으로 숲 유치원을 제시했다. ‘사찰! 대안교육을 품다’를 발표한 장 씨는 독일,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본 등 복지 선진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숲 유치원을 소개했다. 이 유치원들은 방과후를 이용한 프로그램 혹은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체험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 씨는 “사찰은 삶이 곧 교육으로 일치되는 대안교육을 실현할 충분한 여건을 갖고 있다”며 “사찰은 우리 미래인 아이들 교육을 통한 회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또 “도심지역은 자연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산과 계곡을 포함하고 있는 사찰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연적 환경을 제공하고, 높은 정신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찰이야말로 현대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